2월, 담뱃값 인상 빼면 -0.06%
내수경기 침체되며 디플레 우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에 그쳤다. 담뱃값 인상요인을 제외한 실질적인 물가는 사상 처음 마이너스(-0.1%)로 떨어졌다. 연초부터 경기 부진과 저물가가 겹치면서 경제 전반에 디플레이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52% 올랐다. 작년 12월(0.8%) 이후 3개월 연속 0%대이자 1999년 7월(0.3%)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특히 올 들어 2,000원씩 오른 담뱃값의 물가 인상효과(0.58%포인트)를 빼면 사실상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0.06%(0.52-0.58)로 뒷걸음친 셈이다. 우리나라의 월별 물가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줄곧 플러스를 유지해 왔다.
지난달에도 물가하락의 일등공신은 국제유가였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4.3%나 급락했다. 공업제품(-0.8%)과 전기ㆍ수도ㆍ가스(-2.5%) 등이 하락세를 도왔고, 농축수산물(1.1%)과 서비스 가격(1.5%)은 소폭 올랐다.
마이너스 물가는 최근의 경기 이상신호와 겹쳐지며 디플레 논란을 한층 키우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유가하락 영향이 컸을 뿐, 나머지 물가는 오름세여서 디플레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실제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지난달 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상목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앞으로 내수가 회복되면 소비ㆍ투자 등 수요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더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각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설 수요가 반영된 2월 물가까지 하락세를 지속한 것 자체가 극심한 소비위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초부터 수출, 생산, 투자, 소비 등 주요 경기지표에까지 줄줄이 적신호가 켜지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심리 위축이 확산되고, 내수경기가 더 침체돼 결국 디플레가 올 수 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