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역사추리소설 ‘목격자들’
‘불멸의 이순신’을 쓴 소설가 김탁환씨가 역사추리소설 ‘목격자들’(민음사)을 펴냈다. 조선시대 기록으로 존재하는 조운선(각 지방에서 거둔 세금 현물을 서울로 운반하는 배) 침몰 사고를 모티브로, 조선 명탐정 김진과 담헌 홍대용, 의금부 도사 이명방의 활약을 그렸다.
정조시절 전국의 조운선이 동시에 침몰하는 기괴한 사고가 발생한다. 이명방과 김진은 홍대용과 함께 은밀한 어명을 받들어 진실을 파헤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침몰사고 뒤에는 예상대로 조운과 세곡을 둘러싼 이권 싸움이 도사리고 있다. 세곡을 징수하는 말단 관원부터 가장 큰 권력을 쥔 영상까지, 각자의 욕망과 이기심에 눈이 멀어 무고한 생명들을 숱하게 희생시킨다. 사건의 전모에 다가설수록 악의 실체는 점점 더 거대해지고, 3인방은 증거도 흔적도 남기지 않는 바다를 상대로 논증과 추리를 거듭한다.
‘목격자들’의 소재는 역사에서 가져왔지만 그 주제의식은 영락 없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작가는 지난해 5월부터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국가적 재난 앞에 역사 소설가로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는 작품으로, 작가는 탐정이 등장하는 소설의 전형적인 미덕-통쾌한 해결-에 온전히 기대지 않는다. 사건 해결의 쾌감이 없지 않지만, 사회의 어두운 부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 어두움을 목도하며 조선의 백성, 그리고 오늘날의 우리는 삶을 지속하는 것이다.
‘목격자들’은 박지원, 홍대용 등 18세기 조선의 지식인 집단 백탑파를 등장인물로 한‘백탑파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이자, 작가가 집대성 중인 ‘소설 조선왕조실록’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조선왕조 600년을 소설로 쓰겠다는 야심 찬 계획 아래 지금까지 쓴 작품들을 손 보고 새로운 작품을 집필해 추가하고 있다. 지난해 출간한 ‘혁명’과 개정판 ‘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 ‘열하광인’, 이번의 ‘목격자들’은 추리소설이고, 내년에는 사랑을 테마로 조선시대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