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은 이른바 ‘정봉주법’을 발의했다. 선거법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의 성립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실형을 산 정봉주 전 의원과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한 의도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나경원법’으로 맞불을 놨다. 반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이 법안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의 초호화 피부관리실을 출입한다’는 주간지 보도가 결정적 패인이 됐다는 분석에 따른 대응이었다.
▦ 인물의 이름을 딴 실명법이 유행이다. 국민들에게 법안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 자주 이용한다. 그러나 여론에 편승해 법을 남발하거나 해당 법안에 대한 선입관을 갖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장그래법’이라고 불렀다. 드라마 ‘미생’에서 정규직을 꿈꾸던 비정규직 사원 장그래의 이름을 딴 정부의 의도는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바로 600만 명의 장그래를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묶어두려는 ‘장그래 양산법’이라는 비판에 부딪쳐 꼬리를 내렸다.
▦ 2008년 숨진 배우 최진실의 이름을 따 만든‘최진실법’은 처음에는 인터넷상의 악성 댓글을 규제하는 내용이었다. 최씨의 죽음이 비난 댓글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골자로 한 법안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최진실법은 전 남편인 조성민이 자동으로 자녀들에 대한 친권자가 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해면서 친권의 자동부활을 금지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으로 탈바꿈했고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초 입법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법안의 출발은 공무원 비리 차단이 목적이었는데 언론인 등 민간영역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탁ㆍ접대문화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언론을 상대로 고소ㆍ고발을 남발해온 정부가 ‘언론 재갈물리기’로 악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타당성이 있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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