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 사이에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는 ‘무덤’으로 불린다.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이 빌미가 돼서 망신을 당하거나 곤욕을 치른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얼마 전 가수 김장훈은 트위터에 “영화 ‘테이큰3’를 내려 받았는데 아랍어 자막이 나왔다”는 글과, 화면을 포착한 사진을 올려 저작권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김씨는 돈을 내고 내려 받아서 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돈을 받은 사이트가 불법 저작물을 제공했다는 점을 몰랐던 모양이다. 급기야 영화 배급사 측에서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김씨는 부랴부랴 소속사를 통해 사과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또 지난달 유명 프로야구 선수도 결혼 후 퇴폐업소를 여러 번 출입한 고백 아닌 고백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됐다.
기업인들도 마찬가지다. 유명 기업인들이나 재계 오너들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심심찮게 글을 올리는데 일부 인사들은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는 반면, 일부는 오히려 대중과 마찰을 빚으며 이미지만 실추 돼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영국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을 지낸 알렉스 퍼거슨은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까지 했다.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부정적 소감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네티즌들의 반발을 산 방송인 허지웅도 “퍼거슨 말이 옳다”며 은연 중 SNS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 같은 SNS 피로감은 이제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상사를 흉보는 글이나 회사를 트집잡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한다.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에 징계를 받고 해고된 사람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해 달라고 신청한 건수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합쳐서 11건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 보도로 알려진 미국 인터랙티브코퍼레이션의 저스틴 새코 홍보담당 이사도 트위터에 “백인이어서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다”는 요지의 인종차별성 글을 올렸다가 해고 됐다. 이 사건을 전한 뉴욕타임스 보도는 SNS의 속성을 정확히 짚었다. “SNS는 타인에게 인정받으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도구이지만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SNS를 하지 않는 것이 정답일까. 부정적 사례만 열거하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지 많은 않다. SNS를 적절하게 사용해 사업이 잘 되거나 부와 명성을 얻은 개인과 기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친구 중에는 SNS에 자주 올린 글이 인연이 돼 유명해지면서 정부와 기업의 관련 일을 도와주는 'SNS 전도사'가 된 경우도 있다.
이렇게 SNS 이용 행태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중요한 것은 SNS를 사용하는 방법에 달렸다. SNS의 기본 목적은 소통이다. 즉, 사람들이 대화 하듯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다.
간혹 SNS를 자신의 주의 주장만 전달하는 일방향성 도구로 여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렇게 되면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고, 심지어 반대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을 적대시하며 공격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SNS 보다 혼자만 볼 수 있는 일기를 쓰는 것이 낫다. 며칠 전 국토교통부가 페이스북에 기업형 임대주택 사업인 '뉴스테이'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다가 기업 홍보에만 급급하다는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것도 SNS를 일방적인 정책 홍보 수단으로 잘못 본 탓이다.
중요한 것은 SNS가 1 대 다수의 소통 창구라는 점이다. SNS에 올린 개인 의견에 다양한 생각들이 댓글로 붙거나 여기 저기 퍼져나가면서 또 다른 의견을 낳을 수 있다. 이렇게 글쓴이 의도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과정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반대 의견을 수용하고 다시 생각해 보며 대화하듯 의견을 이어가는 것이 SNS를 무덤으로 만들 지 않는 방법이다.
최연진 산업부장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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