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기재부 제각각 사업 추진
무자격 업체 선정 등 관리 부실에
사업비 유용 등 회계질서도 엉망
2012년 12월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국제회의장. 개발도상국가에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추진 보고서를 논의하던 중 느닷없이 한국 관리들 간에 고성이 오갔다. 기획재정부 측 참석자가 원조 승인권 관련 보고서 문구를 문제 삼자 외교부 참석자는 “정부 내 합의되지 않은 문제”라고 맞서 말다툼이 이어졌다. 회의가 끝난 뒤에도 기재부와 외교부 참석자는 DAC 회의 의장에게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거나 면담하는 등 따로 움직였다.
감사원이 3일 공개한 ODA 집행 실태 감사에서 드러난 볼썽 사나운 한 장면이다. 감사원은 “유상원조를 맡은 기재부와 무상원조를 맡은 외교부가 사전 협의 없이 각각 사업을 추진하다 갈등을 빚는 등 국내ㆍ외 신인도를 하락시켰다”며 기재부와 외교부 장관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ODA 규모는 2조 2,666억원에 이르지만 운용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처 간 갈등, 부실한 사업 관리, 비효율적인 사업비 집행 등 수면 아래 감춰졌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미얀마 개발연구소 설립 건도 기재부와 외교부 간 갈등의 연속이었다. 2012년 5월 한ㆍ미얀마 정상회담에서 연구소 설립 지원에 합의하자 기재부와 외교부는 부처 간 협의나 조정도 없이 같은 해 9월 미얀마 관계기관을 엿새 간격으로 각각 방문했다. 한 달 뒤 국무조정실이 기재부에 마스터플랜 수립 업무를 부여했지만 외교부는 기재부가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7월 독자적으로 점검단을 미얀마에 파견하는 등 별도로 사업을 추진하다 감사에서 지적 당했다.
원조사업 집행 분야에서도 부당, 부실 운영 사례가 적지 않았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0년 11월 사업비 17억원이 들어간 인도네시아 팜오일 처리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입찰 참가 자격이 없는 업체를 선정하고, 성능이 떨어지는 기자재를 설치했는데도 그대로 준공 처리하는 등 부실하게 사업을 관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KOICA는 또 2008년부터 탄자니아 농산물 가공, 훈련센터 건립 과정에서 보험증권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진행하는 바람에 공사가 중단됐는데도 계약이행보증금 16만 3,000달러를 청구하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농촌진흥청이 운영한 해외농업기술개발사무소의 경우 사무소장 47명 중 43명이 농촌진흥청 현직 또는 퇴직자로 채워지는 등 인사적체 해소 목적으로 운영됐고, A지역 사무소장 B씨가 협력사업비 중 1만4,500달러를 주택임차료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등 회계질서 문란 사례도 발생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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