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투명성 높일 계기로
입법 취지에 충실한 보완 필요
악용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의 제안, 이듬해 8월 정부안 국회 제출로부터는 각각 2년 반, 1년 반 만이다. 공직자에 대한 부정 청탁과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폭넓게 금지한 이 법이 앞으로 공직사회를 한결 맑고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 기반이 되기를 기대하며 원칙적으로 환영한다. 다만 입법과정의 열띤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제점이 그대로 남은 데다 허점도 모두 메워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 개정이나 시행령을 통한 적극적 보완을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
김영란법의 의미를 제대로 따지기 위해서는 애초의 입법 취지와 그 배경인 사회분위기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2010년을 전후해 ‘벤츠 여검사’나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등이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그런데도 ‘뇌물죄’(형법 129~133조)가 성립하기 위한 기본요건인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무죄 선고가 잇따랐다. 입법 로비 또한 형법상 뇌물죄보다 처벌이 가벼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규율하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 배경에서 제안된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일정 액수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따질 것 없이 부정 금품 수수로 보고 처벌하자는 취지였다.
우여곡절 끝에 어제 통과된 법은 1회 100만원 이상, 연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경제적 이익, 편익을 공직자에게 주지도, 공직자가 받지도 못하게 했다. 금전이나 유가증권은 물론이고 음식물ㆍ술ㆍ골프 접대, 교통ㆍ숙박 편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알선 등 유ㆍ무형의 경제적 이익 일체를 포함한다. 100만원 이상의 금품(경제적 이익) 제공이라면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어려운 사회통념에 따른 결과로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수수한 금품 가액 5배의 벌금에 처한다.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금품 수수도 규제 대상이 됨은 물론이지만,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물린다. 금품 수수와 함께 금지한 부정청탁의 범위도 포괄적이다. 법이 규정한 15가지 업무유형은 인허가 면허 행정처분 인사 시험 관리 포상 계약 각종평가 행정지도 단속 수사 재판 등 거의 모든 공적 업무가 포함됐다.
그런데도 허점은 남았다. 우선 국회 정무위원회가 빠뜨린 ‘이해충돌 방지’ 규정, 즉 공직자가 자신의 가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관장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은 끝내 빠졌다. 또 ‘법 통과 후 1년’이던 시행시기가 1년6개월로 연장돼 19대 국회는 적용 대상에서 완전히 빠졌다. 이는 공직자 범위를 엉뚱하게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으로까지 넓힌 것과는 대조적인, ‘국회의원 빠지기’의심을 낳기에 족하다.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된 언론 옥죄기 악용 가능성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앞으로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용 요건을 구체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그런 우려를 지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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