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극 '라이온 보이' 연출겸 배우 클라이더 멘더스
“아빠 연극을 보고 싶다던 늦둥이 딸이 7살 때부터 이 연극을 준비했죠. 연극을 준비하던 5년 동안 훌쩍 커버려 지금은 사춘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을 좋아합니다.”
실험성 충만한 부조리극으로 찬사를 받아온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의 가족극 ‘라이온 보이’가 과연 국내 가족관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더구나 극 전개의 9할이 배우들의 대사에 의지하는데. 이런 의문에 대해 연출가 겸 배우 클라이더 멘더스의 반응은 단호했다. 3일 서울 을지로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어린 딸아이가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려 했고, 8세 이상의 아이라면 누구나 웃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2013년 5월 초연 후 뉴욕과 홍콩 투어를 마치고 국내 무대에 오르는 ‘라이온 보이’는 텅 빈 무대를 배경으로 배우들의 역동적인 동작과 시적(詩的)인 대사,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앞세운 독창적인 스타일의 극단 컴플레시티의 창단 30주년 기념작이다.
작품의 배경은 미래의 런던. 과학 실험용 시약에 노출된 고양이과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소년 찰리가 납치된 부모님을 찾아 나서는 모험담이다. 우연히 서커스단에 들어가 사자를 돌보는 라이온 보이가 된 찰리는 “서커스단 탈출을 도우면 부모를 같이 찾겠다”는 사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8명의 배우는 모두 1인 다역을 소화한다. 텅 빈 무대는 배우들의 연기에 따라 제약회사였다가, 바닷가였다가, 서커스 무대로 바뀐다. 멘더스 역시 부모를 납치한 제약회사 CEO이자 서커스단 단원으로 분한다. 그는 “텅 빈 무대는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극의 일부가 되고, 배우와 동참할 수 있도록 한다”며 “관객이 작품의 빈 공간을 완성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단순 명료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난해한 작품들을 정작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없었던 극단 단원들의 소망이 담긴 작품이다. 친구 사이였던 극단 창립자 아나벨 아덴과 원작자 지주 코더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멘더스는 “지주 코더가 딸이 3살 무렵부터 함께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이 완성되면 무대로 옮기겠다고 일찌감치 말해뒀고, 이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온 보이’의 원작이 된 동명의 판타지 소설은 2003년 출간 당시 영국의 대형출판사 펭귄이 100만달러의 선인세를 지불해 화제를 모았다.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사인 드림웍스는 영화 제작을 추진 중이다. 멘더스는 “원작은 3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 이중 연극에 필요한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선택하고, 결말 부분을 원작과 다르게 수정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최고의 원작을 가장 실험적으로 무대화한 이 가족극은 뻔한 권선징악에서 벗어난 결말을 보여준다. 5~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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