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서 원문 멋대로 인용해 특정 특허공법에 유리한 결과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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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특혜 논란을 빚은 광주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표면 보수공사 시공법 선정과 관련해 적정성 여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축소ㆍ왜곡했다는 의혹(본보 2월 23일자 14면 기사 보기)이 사실로 확인됐다. 공사 입찰 당시 제안한 특정 특허공법을 밀어붙이기 위해 전문가 자문 내용 등을 조작한 감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재감사가 불가피하게 됐다.
3일 시에 따르면 감사관실은 지난달 초 노출콘크리트 보수 공법 선정과 관련해 “입찰 당시 제안했던 도장(塗裝)방식의 특허공법으로 보수하는 게 유리하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 보고서를 냈다. 당시 공사 발주부서 담당 직원은 건축구조물에 사용된 사례가 전혀 없는 특허공법으로 공사를 하면 경기장 원형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노출콘크리트 전문보수업체에 공사를 맡길 것을 주장했지만 감사관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노출콘크리트 전문보수업체가 주로 사용하는 코팅도료인 불소수지의 내구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그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감사관실은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담당 직원과 달리 도장재를 바르는 특허공법 적용을 고집하던 계장이 감사 자료로 제출한 전남대 A교수의 불소수지에 대한 의견서를 인용해 “불소수지는 외부환경조건에 의해 내구성 및 접착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 결과 보고서엔 A교수가 이 문구 앞에 단서로 달아 놓은 단어와 일부 문구가 통째로 빠져 있다. 실제 A교수 의견서에는 “불안정한 PTFE(폴리테트라 플루오로 에틸렌ㆍ불소수지) 경화체는 안정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잠재적인 반응성을 갖게 돼 외부환경조건에 의해 내구성 및 접착성에 문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감사관실이 ‘불안정한 불소수지’라고 단서를 단 문구를 멋대로 ‘불소수지’로 바꾸고 내용도 일부만 발췌한 뒤 불소수지의 문제점을 강조하는 문장으로 편집해 A교수 의견을 조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실 관계자는 “불소수지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불소수지 제품 자체가 (내구성 등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로 A교수 의견서 내용을 받아들였던 것”이라며 “어떤 의도가 있어서 의견서 원문과 다른 내용을 감사 결과 보고서에 쓴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감사관실은 또 이번 공사의 단초가 된 2013년 월드컵경기장 정밀안전진단보고서와 공사 발주를 둘러싼 사실관계도 교묘하게 짜깁기해 감사 결과를 왜곡했다. 감사 결과 보고서엔 “건축미가 강조되는 노출콘크리트 질감 유지보다는 구조물 안전이 최우선시 되는 상황이어서 입찰 당시 제시된 특허공법으로 시공하는 게 타당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구조물 안전’과 관련된 것은 철재 노출 부분이나 일반 균열에 대한 보수공사로, 이미 공사 발주 당시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와는 별개의 공사로 설계에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안전진단보고서는 구조체의 단면복구가 필요할 정도의 보수는 필요하지 않지만 노출콘크리트 중성화 방지를 위해서는 특허공법을 이용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노출콘크리트 보수공사는 구조물의 안전 문제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도 감사관실은 “외부에 노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구조적으로 강도 약화가 의심돼 특허공법으로 보수하는 게 유리하다”고 사실관계를 뭉뚱그려 왜곡해 짜맞췄다.
참여자치21 관계자는 “이쯤 되면 공사 발주를 둘러싼 특혜 의혹 등에 대한 기술감사도 특정공법을 밀어주기 위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는 의혹을 받기 충분하다”며 “시는 재감사를 실시해 사실관계 등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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