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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포크와 지팡이

입력
2015.03.0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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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면서 숟가락과 포크를 쥐어 준다. 물렁한 밥을 반은 받아먹고 반은 도로 내뱉는다. 숟가락을 흔들고 컵을 떨어뜨리며 즐거워한다. 안 먹겠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이에게 한 숟갈 더, 하다가 그만둔다. 손과 얼굴에 밥풀을 덕지덕지 묻히고 헤벌쭉거린다. 제가 떨어뜨린 포크를 지팡이 삼아 마룻바닥을 기어 다닌다. 아마도 다른 식구들이 과일 같은 것을 찍어 먹는 것을 유심히 봐둔 모양이다. 자꾸 마룻바닥을 찍으며 앞으로 나가려 한다. 제법 앞으로 나간다.

친정 엄마는 운동 삼아 등산을 다니는 모양이다. 착착 접히는 등산용 지팡이를 내게 자랑하였다. 꽤 가볍고 쓸만하다고 했다. 등산용 지팡이를 짚고 산에 오르면 덜 힘들어서 좋단다. 발을 헛딛거나 미끄러져 넘어질까 봐 나는 엄마가 등산을 가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 적이 많다. 산 정상이나 중간 쉼터에서 간혹 전화를 하시기도 한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니 더 말릴 수는 없었다.

아기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해서 두 세 걸음 떼고는 금세 엉덩방아를 찧는다. 하루 종일 섰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기어 다닌다. 이것저것 빨고 넘어뜨리고 부딪혀서 다치기도 한다. 몇 번 쓰러진 적이 있는 엄마도 발걸음이 온전치는 못하다. 한 쪽으로 자꾸 기운다. 기우뚱 걷는 자세를 모른 척 한다. 아이도 엄마도 걷겠다는 열망이 크다. 생생히 살아 있어서 포크와 지팡이가 필요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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