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전 주석 겨냥 분석도 나와
일각선 쩡칭훙 전 부주석 거론도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된 가운데 정협 대변인이 언급한 ‘철모자왕’(鐵帽子王)이 누군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뤼신화(呂新華)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12기 3차 회의 대변인은 2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그물에 걸린 더 큰 호랑이(부패 고위 관료)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사하지 못할 철모자왕은 없다”고 답했다. 기자들은 ‘철모자왕이 누구냐’고 다시 물었으나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후 중국 매체들과 인터넷에서는 철모자왕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철모자왕이란 청나라 때 세습되던 특수한 왕의 작위를 일컫는 용어다. 원래 친왕(親王ㆍ황제의 아들이나 친형제)의 아들은 아버지의 작위보다 한 단계 낮은 작위를 받도록 돼 있지만 개국 과정에서 공이 컸던 12명의 철모자왕은 작위를 강등당하지 않은 채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었다. 때문에 철모자왕은 특권 고위층의 대명사로 사용된다.
뤼 대변인은 지난해 정협 기자회견장에서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조사설을 질문받자 “당신도 알고 있듯이”라는 말로, 사실상 이를 시인했던 인물이다. ‘철모자왕’이란 표현을 끌어들여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잡아들일 다음 ‘호랑이’를 암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뤼 대변인의 기자회견 후 인민해방군 장성급 고위 인사 14명이 무더기로 낙마한 뉴스가 나왔다. 이 중엔 궈보슝(郭伯雄) 전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아들인 궈정강(郭正鋼) 저장(浙江)성 군구(軍區) 부(副)정치위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철모자왕은 현재로선 궈 전 부주석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러나 궈 전 부주석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최측근이었단 점에서 결국 장 전 주석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 전 주석은 현직에서 물러난 후 태상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일각에선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청나라 마지막 철모자왕 경친왕(慶親王)의 부패 사례를 들며 “부패 문제에선 누구라도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경친왕의 ‘경’(慶)자로 이름에 ‘경’자가 있는 쩡칭훙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도 지난 1월 “반부패 투쟁에 철모자왕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12기 3차 회의 개막식이 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려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의 상무위원회 공작 보고를 들었다. 이번 정협에는 자녀들이 10세가 될 때까진 협의 이혼을 제한하는 방안 등도 제안이 돼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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