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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기차 허브의 꿈

입력
2015.03.0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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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제주에서 제1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를 준비할 때 세계 최초의 엑스포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들과 관련 사업 전문가, 기술인들의 주목을 받아 5만명 가까운 참관객으로 성황을 이루었다.

제2회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가 6일부터 제주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기아차가 메인 스폰서로, 현대차가 별도의 홍보관을 준비하고 지난해 참가한 BMW 닛산 쉐보레 르노삼성을 비롯해 ‘중국의 테슬라’를 꿈꾸는 BYD와 상하이자동차, ‘세상에서 가장 빠른 전기차’로 유명한 미국 디트로이트 일렉트릭 등이 새롭게 참가하는 등 지난해의 두 배인 80여 기업의 부스로 열기가 뜨겁다. 행사 기간도 길어졌고 부대행사도 다양해졌다.

전기차 산업은 융합창조시대의 대표산업이다. 스마트 자동차 기술로 이어지며 사물인터넷기술과 융합하여 스마트시티 산업으로 꽃 필 신수종산업이다. 이 엑스포의 목적은 제주를 그런 전기차산업의 허브로 만들자는 것이다. 제주도는 탄소제로의 섬을 비전으로 2030년 전기차 100% 대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860대의 전기차를 도입하고 올해 추가로 1,500대를 보급한다. 이 규모를 2017년까지 5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충전인프라를 확충하고 스마트 그리드 시범사업과 청정에너지사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테스트 베드로써 최적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제주에서 세계 최초로 4세대이동통신포럼이 열리고 10년 뒤 한국은 세계 휴대폰시장의 정상에 올랐다. 세계 최초의 전기차엑스포를 열고 10년 뒤 전기차 나아가 스마트자동차 정상에 오르는 꿈도 꾸어볼 만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적지 않다. 우선 급변하는 중국의 전기차 전략에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만성적인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은 자동차산업에 뒤처진 것을 전기차로 극복해 세계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20년까지 전기차 500만대 보급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전국에 84개 시범도시를 정해 경쟁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앞서가는 선전시는 올해 안에 전기차 1만대 시대를 달성할 것이라 한다.

스마트자동차 산업의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 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자동차는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는 열쇠로 ICT융합창조기술의 핵심이다. 10년 내 이루어질 스마트시대 변화의 물결을 놓치면 기회가 없다. 삼성이 디지털 변화의 물결을 이용해 세계 정상에 오른 것처럼 스마트자동차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면 선진 한국의 꿈도 멀어진다.

제주가 전기차의 허브 역할을 하려면 전기차 테스트베드로서의 조건을 확충하고 인증시스템을 구비해야 한다. 충전시스템을 비롯한 스마트에너지 네트워크와 도로, 환경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갖춰야 한다. 전기차와 인프라에 대한 국제표준이 새롭게 제정돼야 하므로 이를 위한 표준시험인증기구도 마련해야 한다. 기술 개발과 표준 제정을 위해서는 ‘자동차 분야의 다보스 포럼’ 같은 국제적인 토론의 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제주도에 모이려면 COE(center of excellence) 역할을 할 세계 수준의 전문연구소도 있어야 한다.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인 2015년 CES의 주제는 ‘스마트 자동차’ ‘사물인터넷’ ‘무선통신’이었다. 스마트자동차는 스마트 그리드 기술과 스마트 에너지를 바탕으로 사물인터넷, 무선통신과 융합해 스마트시티의 핵심이 될 것이다.

국제전기차엑스포라는 작은 날갯짓이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 스마트자동차로 스마트시티로 큰 바람을 일으키는 태풍이 되도록 힘을 실어가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모두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고 한다. 글로벌 전기차 허브의 꿈은 제주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 대통령과 각 부처가 앞장 서고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손욱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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