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에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9전 전패에 9경기에서 103실점이다. 아무리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전력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충격적인 결과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일본 오키나와에서만 47일 간의 전지훈련을 치른 KIA는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일 귀국하지만 그래서 마음이 무겁다.
특유의 선수단과 친화력으로 긍정의 바이러스를 전파하던 김기태(46) KIA 감독도 걱정이 앞선다. 김 감독은 연습경기를 전패로 마감한 뒤 “승패에 상관없이 한번쯤은 올라가는 페이스가 있어야 하는데 계속 떨어지기만 해서 당혹스럽다”고 솔직히 말했다. KIA는 지난 겨울 주축 선수들의 공백으로 일찌감치 올 시즌 최약체 후보로 분류됐다. 그리고 연습경기를 통해 ‘우울한 미래’를 맞아야 할 상황까지 직면한 것이다. 그러나 김 감독의 자존심은 동정과 변명을 허락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프로에서는 변명이 필요 없다. 전력이 약한 팀은 약한 팀대로 욕심이 있지만, 강한 팀도 강한 팀대로 아쉬운 소리를 한다”면서 “결과로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감독의 말처럼 전력이 약하다고 뚜껑도 열지 않았는데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섣부른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것이 스포츠의 묘미다. 2012년 LG를 11년 만에 4강에 올려 놓을 때처럼 김 감독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의 테스트에 주력했다. 희망을 발견했다. 지난달 25일 넥센전에서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36ㆍ넥센)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린 이종환(29)과 27일 넥센전에서 선제 3점홈런을 터뜨린 김다원(30)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타격 실력을 선보였고, 그밖에 신예들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마운드는 타선에 비해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지만 경찰청 제대 후 복귀한 임기준(24)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연일 호투로 가능성을 발견했다. 또 대만 2군 캠프에서 김태영(35)과 곽정철(29)이 페이스를 끌어 올리는 중이다. 김진우(32) 역시 회복 속도에 따라 마운드의 중책을 맡을 수 있는 투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감독의 부임 이후 KIA 선수단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LG 사령탑 시절에도 김 감독은 “성적이 안 좋을 때도 분위기는 좋아야 반전의 희망이 있다”고 늘 강조했다.
김 감독은 “남은 시범경기를 통해 최종 포지션을 결정해 한번 부딪혀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오키나와=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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