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크렘린궁 근처에서 피살된 러시아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55) 전 부총리의 사망 당시 주변 폐쇄회로(CC)TV 상당수가 꺼져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러시아 경찰은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공개하는 등 살해범에 대한 수사도 진척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날에 이어 넴초프 추모 시위가 이어졌으며 3일로 예정된 장례식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가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일 스푸트니크 통신은 러시아 코메르산트 신문을 인용해 사건 당일 넴초프가 총을 맞은 다리의 주변 CCTV 상당수가 수리를 위해 전원이 꺼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CCTV에서 얻은 영상은 모두 흐리게 뭉개져 있거나 누락돼 있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수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전원이 차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넴초프가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질 당시의 상황을 담은 CCTV 영상도 공개됐다.
지난달 27일 밤 11시30분쯤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다리를 찍은 이 영상에서 넴초프가 여자친구 안나 두리츠카야와 함께 걷다 갑자기 제설차량이 나타나 둘의 모습을 가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잠시 뒤 넴초프 일행이 있던 자리에서 누군가 달려 나와 뒤쪽의 흰색 승용차에 올라탄다. 이 제설차량이 CCTV를 가린 사이 넴초프가 등에 총을 맞아 숨졌고, 흰 승용차는 이후 모스크바 시내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영상 속 제설차량 운전사는 러시아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후면 거울을 통해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고 차를 멈춰 그들에게 걸어갔다. 하얀 코트를 입은 여성이 나에게 뛰어와 그가 총에 맞았다고 말해 구급차를 불렀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러시아 경찰은 넴초프에게 총을 쏜 용의자가 키 170~175㎝의 짧은 머리로 청바지와 갈색 스웨터를 입었다며 인상착의를 공개했다.
넵초프의 몸을 관통한 4개의 총알 중 2개는 1986년 이후에 제작됐으며 나머지 2개는 1992년에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살상에 사용된 무기는 마카로프 권총이거나 개조된 가스총이라고 스푸트니크 통신은 보도했다. 수사관들은 용의자가 바로 총을 강으로 던져 버렸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1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넴초프의 사망에 대해 “우리는 단순히 누가 총을 쐈느냐 뿐만이 아니라 누가 명령하거나 지시했는지, 배후가 누가 있는지 알기를 바란다”며 러시아 정부를 압박했다. 러시아 야권 인사 게리 카스파로프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넴초프의 피살로 푸틴 정권으로부터 평화로운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며 앞으로 러시아 변혁에 대규모 폭력 봉기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