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일까지 대구시민원탁회의 시민참여단 참여 신청자가 6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250명 선이었으니 주말 이틀을 포함한 사흘 동안 두 배 이상 규모로 늘어난 셈이다. 1월15일부터 모집에 들어가 40여일 동안 하루 평균 6, 7명에 불과하던 신청자가 며칠 만에 하루 100명씩 순식간에 불어났으니 놀랍기만 하다. 이런 속도라면 마감일인 이달 10일에는 무난히 목표치인 1,000명은 뛰어넘을 것이다.
이 시민들이 갑자기 자발적으로 지원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대구시가 이미 8개 구군과 대학, 청년회의소, 시민단체 등에 공문을 보냈고 이를 재촉한 결과로 보이지만 여하튼 동원 능력만큼은 대단하다.
시민동원이 끝나더라도 산 넘어 산이다. 시민원탁회의를 이끌 운영위원회가 아직 출범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운영위원 신청은 1월23일 마감했다. 17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인데 27명이 신청했으니 정하기만 하면 됐다. 그렇지만 시는 지난달 27일에야 운영위원회 구성을 담당할 선정위원을 뽑았다. 그렇게 한 달 이상 미뤘으면 당장 운영위원을 뽑으면 되지만 이번에는 대구시의회가 걸림돌이다.
시는 지난달 6일까지 운영위원으로 참여할 시의원 2명의 명단을 시의회에 요청했다. 이는 시가 지난해 9월 첫 시민원탁회의때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는 시의회의 비난을 받자 2회 회의때부터는 아예 원탁회의 운영위원으로 시의원의 몫을 할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의회는 아직 의원 명단을 통보해주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운영위원회 참여 여부도 정하지 않았다. 시의회 관계자는 “20일 열리는 임시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해 운영위는 빨라도 이달 말에야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원탁회의는 ‘시민을 시장으로 모신다’는 모토 아래 출범한 권영진 대구시장의 대표 공약이다. 보통 잔치에 손님을 초청하면 주인이 음식을 준비해 먼저 기다리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원탁잔치에서는 모든 것이 거꾸로다. 손님 초청은 1월부터 해놓고 운영위원회도, 회의 주제도, 날짜도 어느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시장으로 모신다는 시민이 가장 먼저 잔치에 와서 하염없이 주인장을 기다려야할 판이다. 이 잔치에서 ‘시민’은 흥을 돋우는 들러리에 불과하다.
전준호 기자 jh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