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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동티모르 첫 대폭 개각… 빈곤퇴치·개발 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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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살 동티모르 첫 대폭 개각… 빈곤퇴치·개발 시동 걸었다

입력
2015.03.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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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영웅 구스마오, 포르투갈 400년·인니 25년… 식민통치 대항 무장투쟁 선봉

이번엔 국가개발 장관 맡아 개발계획 본격 추진

49% 물갈이 새 내각의 과제, 석유 의존도 세계 최고 경제 구조

문맹률 40%·취약한 기반 시설, 중앙집권제 정착 등 개혁 시급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전 총리가 지난달 2일 수도 딜리에서 그의 총리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답하고 있다. 딜리=AFP 연합뉴스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전 총리가 지난달 2일 수도 딜리에서 그의 총리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취재진들에게 답하고 있다. 딜리=AFP 연합뉴스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 총리로서 신생국가를 이끌었던 사나나 구스마오(68) 총리가 지난달 사임했다. 그 동안 단 한 번도 장ㆍ차관을 바꾼 적 없던 동티모르 정부도 총리를 포함해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했다. 지난달 17일 발표한 6기 내각 명단에선 이전 5기 각료 49%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 동티모르의 새 내각 출범 의의와 전망을 짚어봤다.

총리직에서 떠난 구스마오 영향력 더 강화

동티모르 현대사에서 구스마오는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포르투갈 식민지 400년, 인도네시아 무력통치를 25년 경험한 동티모르 국민에게 무장투쟁을 이끌던 독립영웅 구스마오는 혹독했던 식민지배를 벗어나게 해 준 은인이다.

동티모르 정치 전문가들은 그래서 새 내각에서도 구스마오의 영향력이 자의든 타의든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동티모르 정부는 6기 내각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모든 장관을 자문하도록 하는 ‘자문장관’이란 직책에 구스마오를 임명하려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내각에서 구스마오는 자문장관 대신 기획ㆍ전략투자 장관에 임명됐다. 기획ㆍ전략투자 장관은 유엔 경찰 없이 동티모르 경찰(PNTL)이 치안을 성공적으로 유지할 수 있음이 입증되면서 국정의 중심축이 치안에서 개발로 넘어간 동티모르의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직이다. 구스마오가 기획ㆍ전략투자 장관을 맡은 것은 석유기금 말고는 이렇다 할 개발 동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동티모르에서 ‘전략적 개발계획 2011~2030’을 추진해오던 구스마오가 기획ㆍ전략투자 장관직을 맡아 해외투자자들에게 정책의 지속성을 보증한다는 목적도 있다. 구스마오 없는 정부에 대해 불안해하던 국민들이 그의 이름이 내각 명단에 올라와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한다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다.

이번 내각엔 이전과 달리 여러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골고루 포진됐다.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목표로 당적 구분 없이 자리를 개방한 결과다. 새 내각은 ▦민족저항협의회(CNRT) 20명 ▦민주당 8명 ▦동티모르국가재건전선 4명 ▦동티모르국가재건전선변경2명 ▦사회당 1명 ▦무소속 3명으로 구성됐다. 이전 5기 내각에선 2개 정당이 나눠 가졌던 자리에 이번 내각에선 5개 정당과 무소속 인사들이 배치됐다. 또 유력 정치인들이 교체되면서 5기 내각과 달리 총리의 권한 아래에서 국방과 경찰 지휘권를 독립시킴으로써 장ㆍ차관의 책임을 강화했다. 구스마오가 총리에서 물러났지만 새 내각의 면모를 살펴보면 오히려 영향력이 더 강화됐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구스마오가 국정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이 아니라 국가개발 중심축에 해당하는 장관직에 새로 올랐고, 새 내각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20개 장?차관을 차지한 민족저항협의회(CNRT)의 지도자임을 고려하면 구스마오가 권력을 강화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설득력 있다. 실제로 신임 총리로 동티모르의 제2당인 동티모르국가재건전선 소속의 루이 마리아 데 아라우조가 임명됐지만, 새 내각에서 동티모르국가재건전선은 4개 자리만을 차지 이를 정권교체로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빈곤 퇴치·국가운영시스템 개선 시급

빈곤 퇴치는 동티모르의 국가적 과제다. 한국에도 동티모르는 동남아시아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부로 보면 동티모르는 결코 가난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은행 2013년 기준 동티모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1,371달러는 아세안 최하 수준인데 같은 해 유엔개발계획(UNDP) 기준 1인당 국가총수입은 인도네시아보다도 높은 아세안의 5위 국가 수준인 5,446달러라는 점이다. 국제자선단체는 낮은 GDP를 보고 원조를 하지만 국가 단위로 지원하는 UNDP와 같은 국제기구는 입장이 다르다. 동티모르 석유기금이 보유한 해외 보관자금도 동티모르의 돈으로 평가해 1인당 국가총수입을 평가의 잣대로 사용한다. 동티모르는 1인당 국가총수입 대비 1인당 국내총생산의 비중을 보면 아세안국가 최하위인 25.17%이다. 바로 위의 캄보디아의 48.11%와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한마디로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것이다. 그래서 동티모르의 경제 수준을 표현하려면 ‘동남아시아 최빈국’이 아닌 ‘동남아시아 최빈국민 동티모르인’으로 해야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동티모르 경제의 이 같은 모순은 석유가 국가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지나치게 높은 데서 기인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동티모르를 석유 경제 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석유자원 외의 경제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견인할 인적자원이 빈곤하다. 지난해 인간개발지수(HDI)에 따르면 동티모르 내 최빈층의 학교수학기간은 겨우 4.4년에 불과하다. 설상가상 석유 가격이 급격히 떨어져 석유 자금의 수입도 크게 줄어들었다. 수도 딜리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사회기반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산업도 에너지 분야 외에는 거의 육성되지 않아 많은 대부분 국민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가난한 국민을 돌볼 부유한 국가를 운영하는 신 내각의 지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빈곤 퇴치와 함께 선진적인 국가운영시스템 도입도 시급하다. 신생 국가의 숙명으로 독립 이후 정치?사회적 불안을 겪던 동티모르에게 최우선 과제는 치안 안정이었다. 2006년 군인 해고로 촉발된 유혈사태로 37명이 숨지고 15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2008년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주세 라모스 오르타 대통령이 자택에서 반군이 쏜 총에 맞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유엔 경찰이 철수하고 동티모르 경찰이 치안을 담당하는 등 정치ㆍ사회적 안정이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앙집권적인 선진적 국가운영시스템 정착은 미흡한 상태다. 신임 총리인 루이 마리아 데 아라우조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임 후 국영방송에서 ‘수직적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수직적 통제체제는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리우라이(추장)에 속해 지방자치를 실현해 온 동티모르인에게는 매우 낯선 체제다. 동티모르에선 행정권력과 지역의 공동체 리더가 공존하고 충돌했을 때 지역 권력이 아직 더 강한 성향이 있다. 수직적 통제 체제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빈약한 인적자원과 아직 40%대에 머무르는 문맹률은 이러한 수직적 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실질적인 사회문화적인 장벽이 될 것이다.

또 신생국가 특성상 국가운영의 어려움으로 지적돼 온 ‘외부 간섭에 대한 취약성’도 개선해야 할 문제다. 동티모르 정부 공무원에 가는 전체 급여 중에 50%는 외국인자문관에게로 간다. 정부 관료에게 있어 ‘말라이’라 부르는 외국인이란 존재는 근대화된 문명을 학습하는 입장에서 함께 손을 잡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 간섭의 존재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시험대에 오른 동티모르의 외교력

한국과 동티모르의 인연은 남다르다. 동티모르의 독립 여부를 결정한 1999년 선거에서 유엔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한국인 손봉숙 전 의원이었다. ‘동티모르 전략적 개발계획 2011~2030’의 실질적인 입안자인 해피즈 아메드 파샤 재경부 경제자문은 “동티모르 전략적 개발계획의 역할모델은 한국”이라고 사석에서 몇 차례 말한 바가 있다.

무엇보다 동티모르의 국제정치지형은 한국과 판박이다. 동티모르에 오랜 기간 문화적 영향을 남긴 포르투갈은 우리의 경우 중국, 식민지배를 했던 이웃 국가 인도네시아는 일본, 밀접한 영향을 준 서방국인 호주는 미국, 영토를 티모르인의 의지와는 관계 없이 분할한 포루투갈ㆍ네덜란드는 미국ㆍ소련에 오버랩 된다.

동티모르에서 현재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는 호주와의 자원개발 분쟁이다. 석유 자원에 국부를 의존하고 있는 동티모르에게 그레이터 선라이즈 광구 개발의 성공은 절실한 사업이다. 그러나 개발에 참여한 호주가 건물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동티모르를 염탐하고, 동티모르가 국제사법재판소에 자국을 제소하는 것을 막으려고 증인을 감금하고 동티모르 변호사로부터 관련 문서를 훔쳤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신임 총리도 “우리는 호주가 동티모르에게 자선을 베풀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호주가 우리의 권리를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호주와의 자원개발 분쟁에서 물러서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복잡한 국제정치지형을 고려하면 이제 14세가 된 동티모르가 성숙한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 동티모르는 2011년 아세안 가입 신청서를 접수해 놓았다. 6기 내각은 고위관료의 안정 희구적인 자세를 넘어 전문성 있는 기술관료를 배출하여 더 나은 국민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요구에 답해야 한다.

최창원 동티모르국립대 개발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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