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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가 작가 허락 없이 인물 살린 건 저작인격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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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가 작가 허락 없이 인물 살린 건 저작인격권 침해

입력
2015.03.0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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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본에서 죽음을 맞는 등장인물을 작가의 허락 없이 살려낸 제작사에게 “작가의 저작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무단 변경된 촬영분을 방영하면서 작가 이름을 그대로 쓴 방송사도 명예훼손으로 위자료를 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지영난)는 일일연속극 ‘더 이상은 못 참아’ 작가 서영명씨가 제작사 JS픽쳐스와 방송사 JTB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서씨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은 연속극 32회다. 남편에게 평생 매 맞던 여성이 갑작스레 교통사고로 숨진 뒤 저승에서 화해한다는 게 서씨의 시놉시스(줄거리)였는데, 제작진은 여성이 장지까지 간 뒤 돌연 관 속에서 살아 나오는 장면으로 바꿨다. 이후 이야기는 딴판으로 흘렀다. 서씨는 “이는 저작인격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제작사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저작자는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본질적인 내용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는 저작권법 상 저작인격권에 규정된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바뀐 촬영분을 방영하고 홈페이지에 서씨 이름을 한동안 게재한 방송사도 “작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법원 판단으로 위자료 500만원을 물게 됐다.

2010년 제작사와 전속계약을 맺은 서씨는 방영 이후 대본 송고가 늦다는 이유로 제작사로부터 작가 교체를 통보 받고 32회 극본을 넘기고 물러 났다. 드라마는 111회로 지난해 1월 끝났다.

재판부는 극본을 늦게 보낸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한 제작사의 결정도 부당하다며 집필계약대로라면 받을 수 있었던 원고료 2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대본 20회분을 첫 방영 전에 보냈고, 계약서에는 극본을 넘겨주는 기일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제작사에 작가교체 권한이 있는지 여길 근거도 없다”며 “집필계약 해지는 부적법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나중에 교체된 작가 이름이 연속극 홈페이지에 서씨를 대신해 표기돼 자신이 쓴 극본까지 교체된 작가가 쓴 것처럼 보여서 ‘성명 표시권’이 침해됐다는 서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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