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산업생산 하달새 1.7%↓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 하락
"이대론 올해 3% 성장도 어려워
늦기 전에 경기부양 나서야" 목소리
지난해 12월 반짝 호조를 보였던 실물경기 지표가 1월 들어 일제히 고꾸라졌다. 갈수록 감소폭을 키우는 수출과 더불어 내수까지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미약하나마 회복세에 있다던 경기가 아예 꺾이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통화당국을 향한 기준금리 추가인하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는 것은 물론, 재정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 추락하는 경기를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만만찮은 위험을 동반하는 카드들이어서 이를 둘러싼 논란도 치열해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체 산업생산은 작년 12월 대비 1.7% 감소해 2013년 8월(전월 대비 -1.8%)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경기를 대표하는 광공업 생산도 3.7%나 줄어 2008년 12월(-10.5%) 이후 6년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소비와 투자도 동반 감소세를 보였다. 소매판매는 ‘설 이동효과’(1월 →2월)의 여파로 의복, 음식료품 판매가 줄면서 전달보다 3.1% 감소했다. 가격인상에 따른 담배 판매량 급감(작년 12월 3억9,000만갑→1월 1억7,000만갑)도 영향을 줬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7.1%나 감소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 1월 수출이 1년 전보다 10.0% 줄어든 데 이어 2월에도 3.4% 감소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월의 산업생산 지표 하락은 작년 12월의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등 여러 1회성 요인이 겹친 탓이며 수출 감소는 유가하락 영향이 크다”며 “최근 2, 3개월 간의 흐름으로 볼 때 경기 회복세는 미약하나마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가 이대로 힘을 잃어 올해 3%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경기가 회복 중 일시정체기(소프트패치)를 넘지 못하고 아예 꺾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단기 부양책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것이 추가 금리인하론.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가계부채는 총량보다 부채의 질이 악화되는 걸 막는 게 중요하고, 돈을 풀어도 안 도는 현상 역시 통화완화를 통한 자산가격 상승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인하와 더불어 강력한 경기대응 의지를 경제주체들에게 지속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하 주체인 한은은 이미 수 차례 추가 금리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상황.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 상황에서의 인하는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는 부정적인 의견이 여전히 우세하다.
일각에선 현 상황대로라면 하반기쯤엔 추경 편성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매년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일단은 경기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논리다. 신민영 부문장은 “상반기엔 어떻게든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버티겠지만 하반기엔 작년처럼 또다시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경기 둔화세가 심해지면 장기 구조개혁과는 별개로 단기 부양책에 대한 논의도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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