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의원들 첫 공판서 주장
“여직원을 감금한 게 아니라 국정원이 개입한 불법 선거운동의 실체를 밝혀낸 것이다.”
2012년 대선 직전 여권에 유리한 댓글을 달던 국정원 여직원의 오피스텔을 찾아 감금한 혐의로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일 열린 첫 공판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이동근)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51) 이종걸(58) 문병호(56) 김현(50) 의원은 혐의를 재차 부인하며 기소한 검찰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종걸 의원은 “국정원 선거운동 개입 사건은 거짓과 진실이 바뀐 지록위마(指鹿爲馬ㆍ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전형적 사례가 될까 두렵다”며 “기소독점권으로 국회의원들을 기소하고 본질을 덮은 검찰이 ‘정치적 기소’를 한 것”이라며 비난했다. 문병호 의원도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자(국정원 직원)는 기소하지 않고 범죄행위를 밝히고 정의를 세우려는 사람을 기소한 것”이라며 “적반하장 기소”라고 주장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여직원은 감금된 게 아니라 국정원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대선개입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며 “급박한 선거상황에서 (의원들이) 감금을 위해 모일 이유도 없었고, 현장에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 기자들이 있어 가능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그러면서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이 ‘숲’이라면 국정원 직원 김씨의 거주지 앞에서 벌어진 대치 상황은 ‘나무’라며 거짓의 나무가 아니라 진실의 숲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설사 피고인들의 행위가 감금이라 해도 당시 김씨의 노트북에서 나온 파일 증거로 진실이 밝혀져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의 전모가 드러나는 단초가 된 이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심에서 국정원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모두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현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김씨가 증거를 제때 보여주고 협조했다면 재판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서 국정원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한 사건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강 의원 등은 지난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직원이 야당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다는 제보를 받고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 김모(31)씨의 서울 역삼동 소재 오피스텔 거주지 진입을 시도하며 장시간 대치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김씨를 35시간 동안 감금했다며 벌금 200만~500만원에 기소했다. 당시 김씨는 댓글 확인을 위해 노트북을 챙기려 한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려 자발적인 감금을 택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와 그의 부모 오빠 등 가족과 선거관리위원회, 국정원 직원, 현장 출동 경찰 등을 검찰 측 증인으로 채택했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는 수사외압을 폭로한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컴퓨터 전문가인 한양대 부교수 김모씨 등이 채택됐다. 다음 재판은 23일 오후2시에 열린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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