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해 참사를 겪으며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CHARLIE HEBDO)’. 전세계적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은 대체로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와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JE NE SUIS CHARLIE)’로 나뉜다. 하지만 이런 판단을 하려면 그 전에 ‘샤를리 에브도’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제42회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폐막한 ‘샤를리 에브도’ 특별전에서 그 민낯을 살펴봤다.
●‘샤를리 에브도’를 사라, 아니면 훔쳐라
차가운 빗방울이 떨어지고 출입구에서 심한 가방 검사가 이루어졌지만 ‘샤를리 에브도’ 전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테러 직후 전세계 곳곳에서 ‘샤를리 에브도’를 지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 50여 년 동안 정치, 종교, 관습, 성윤리, 광고 등 모든 것을 풍자하는 만평지인 ‘샤를리 에브도’는 이번 사태를 통해 프랑스 만화 및 표현의 자유의 상징으로 거듭나게 됐다.
이번 특별전은 ‘샤를리 에브도’의 전신인 ‘하라-키리(HARA-KIRI)’ 창간호(1960년 9월호)부터 테러 전후의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까지를 망라해 마련됐다.
‘할복’을 뜻하는 ‘하라-키리’ 제호를 사용한 것만 봐도 이들은 예사롭지 않았다. 모든 권위에 도전한 그들은 1960년대 권위적인 드골 프랑스 대통령과 맞서는 좌파의 월간지로 출발했다. 이번 테러로 사망한 볼린스키와 카뷔 등이 젊은 만평가들로서 당시 ‘하라-키리’를 이끌었다. 이후 ‘하라-키리’가 폐간되면서 멤버들이 ‘샤를리’란 이름으로 바꾼 잡지들을 창간했다.
이들은 초창기부터 아방가르드 잡지답게 도발적이며 무엇이든 풍자했다. ‘샤를리 에브도를 사라, 아니면 훔쳐라, 어쨌든 읽긴 읽어라’는 광고 카피로 자신들의 성격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노력한 다음에… 페리에’라는 프랑스 탄산수 광고를 ‘강간 다음에…페리에’로 패러디해 자신들의 잡지에 싣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에선 드골 대통령의 죽음을 풍자한 ‘하라-키리 에브도’ 94호(1970년 11월 16일자)가 눈길을 끌었다. 당시 드골 대통령이 사망과 동시에 프랑스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해 146명이 목숨을 읽는 사건이 발생했다. 94호 표지는 아무 그림 없이 ‘한 명(드골)의 죽음-콜롱베에서의 비극적 춤파티’란 제목으로 나갔다. 이에 분노한 정부는 잡지를 폐간시켰고, ‘하라-키리 에브도’는 제호를 바꾸어 ‘샤를리 에브도’로 재창간했다.
이들은 성적 금기를 깨뜨리는데도 앞장섰다. ‘하라-키리 에브도’ 28호(1969년 8월 11일자)에선 ‘겨울에 치마 길게 입는 법’이란 문구와 함께 여자가 치마를 무릎 아래로 내리는 코믹한 그림을 표지로 실었다. 이들은 남자의 성기 사진에 두 눈을 달아 머리가 덥수룩한 백수를 연상시키는 표지로 만든 후 백수를 양산하는 사회제도를 풍자하기도 했다.
이슬람교도 뿐 아니라 기독교인들이 분노할 만한 표지 그림도 눈에 띄었다. 십자가에 묶인 예수의 뒷모습을 표지로 싣고 ‘예수의 숨겨진 면’이란 제목을 달았다. 예수의 ‘섹시한’ 엉덩이를 노출시킨 그림은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다.
●번지수가 잘못된 공격?
테러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이미 철 지난 노쇠한 잡지를 공격했다는 식의 기사들이 나왔다. 그러나 그건 잘못된 평가다. ‘샤를리 에브도’의 주요 멤버인 샤르보니에, 볼린스키, 베라크, 사투프, 블러치, 루즈, 윌렘 등은 세계적 만화상인 앙굴렘만화대상을 수상한 일류 만화가들이다. 유일하게 수상을 못한 카뷔도 곧 수상이 유력한 작가였다. 이들이 지난 50년 동안 프랑스 국민들을 틈틈이 웃겨왔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테러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충격은 세월호 사건에 버금갈 정도였다. 프랑스 유학생 김민희씨는 “테러 직후 프랑스 전 국민이 심각하게 충격을 받았다. 거리에서 만난 모든 사람이 우울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사회·계급적 모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지지는 수그러들 줄 모른다. 프랑스 만화전문기자인 로헨 멜리키안은 “‘샤를리 에브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 만화의 힘, 관용의 문제에 대한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앙굴렘=장상용 부천국제만화축제 사무국장 enise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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