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서울·강원·인천 등지 '확산'…대구경북·울산·경남 등지 '기존 고수·자율'
초등생 부모·외벌이 '찬성' vs 중고생 부모·맞벌이 '반대'…학생들도 찬반 엇갈려
전국 초중고교가 2일 일제히 새학기를 시작한 가운데 '9시 등교'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행한 이후 9시 등교는 서울과 강원, 세종, 충남, 인천 등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그러나 대구·경북, 울산 등 일부 시·도 교육청은 기존 등교시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대전과 경남 등 교육청은 학교 자율에 맞겨 사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선 초중고교가 대부분 개학한 이날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늦어진 등교시간에 대해 학교 급과 맞벌이 여부에 따라 의견이 갈렸다.
상대적으로 시간 변동이 적은 초등학교나 외벌이 학부모인 경우 등교시간을 늦추는 것에 찬성하지만, 중·고등학교나 맞벌이 학부모는 늦은 등교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 '9시 등교' 확산 = 서울 시내에서도 3월 새학기부터 초·중·고등학교 426개교가 9시 등교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시내 598개 공·사립 초등학교 중 411개교(68.7%), 383개 중학교 중 14개교(3.7%), 318개 고등학교 중 1개교(0.3%)가 9시 등교를 시행한다.
또 공·사립 초등학교 36개교(6%)는 8시 50분까지로 등교 시각을 늦췄고 중학교 49개교(12.8%)와 고등학교 48개교(15.1%)는 등교 시각을 현재보다 10∼30분 미뤘다.
현재 서울시내 대다수 초등학교의 등교 시각은 8시 40분까지여서 10∼20분가량 늦춰지는 셈이다.
광주시 교육청도 2일부터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등 312개교에 대해 오전 8시 30분 이전 강제 등교를 금지했다.
각급 학교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등교시간을 결정한다.
일선 학교들은 대부분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오전 8시 30분 이후인 8시 40분 또는 50분, 9시 등으로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단, 맞벌이 부부 등 불가피한 경우에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오전 8시 30분 이전에 자율적으로 등교하는 것은 허용했다.
강원 지역은 초·중·고 636개교 가운데 84.7%인 539개교가 이날 9시 등교제에 참여했다.
참여 학교 비율은 초등학교 99.2%, 중학교 85.8%, 고등학교 38.8% 등이다.
이 가운데 인문계 고교는 전체 86개 학교 가운데 61개 고교가 참여하지 않아 9시 등교는 25개 학교에서만 시행(참가율 29.1%)됐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9시 등교를 시행한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올해 1학기 9시 등교 사전 조사결과 2천250개 초·중·고교 가운데 2천193개교(97.4%)가 참여했다. 이는 작년 9월 90%보다도 7% 포인트 가량 늘어난 수치다.
시행 반년 만에 사실상 정착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볼수 있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2개교를 제외한 1천193개교(99.8%)가 시행해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였고, 중학교는 604개교 중 599개교(99.1%)가 시행한다.
특히 고등학교의 참여율이 늘어, 작년 9월 1일 67% 였던 참여율이 10월 말 81%로 대폭 늘었다. 다음 달 1일 기준으로 451개교 중 401개교가 9시 등교를 시행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돼 참여율이 88.9%까지 올랐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9시 등교가 원만하게 학교 현장에 정착하고 있다"며 "조기 등교 학생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학교사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재단법인 경기도교육연구원에 '9시 등교 효과 분석' 정책연구를 의뢰한 결과 9시 등교가 학생들의 신체건강과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 학부모·학생 입장 따라 '찬반' 의견 엇갈려 = 9시 등교에 대해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초등 3학년생을 둔 양모(39)씨는 "아침에 20분이라도 여유가 생겨 잠도 조금 더 잘 수 있어 아침도 천천히 먹을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 학부모들, 특히 맞벌이 학부모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고교 1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박모(여)씨는 "부모의 출근 시간이 늦춰지면 모르겠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감하기 어렵다"며 "출근할 때 아이들과 같이 나오는 게 낫지 아이만 집에 두고 나오는 게 얼마나 불안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자녀가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부형 박모(48) 씨는 "오전 9시에 등교하면 수능시험 입실 시간인 8시 10분보다 늦어져 생활리듬이 바뀌고 시험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제주 신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현진 학생(18)은 "이번 학기부터 등교시간을 오전 7시 30분에서 8시 20분으로 50분 늦췄는데 아침밥을 먹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등교하게 돼서 좋다"고 반겼다.
하지만 같은 학교 일부 3학년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어 아침 공부가 부족해지고 생활 리듬이 깨질까 봐 불안하다"며 등교시간이 늦춰진 것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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