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검소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무히카(79) 우루과이 대통령이 1일 퇴임했다.
무히카는 이날 같은 좌파 집권여당인 플렌테 암플리오의 타바레 바스케스(75)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줬다. 2010년 3월 취임한지 5년 만이다. 무히카는 취재진에게 “국민들이 온 힘을 다해 바스케스를 도와주면 우루과이는 더 나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고별 인사를 남겼다.
무히카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만 그에 대한 우루과이 국민들의 사랑은 여전히 크다. 무히카에 대한 지지율은 퇴임 순간까지도 65%에 달했다. 이는 신임 대통령의 지지율(53.6%)보다 약 10%포인트나 높은 것이다. 우루과이 헌법이 대통령의 연임을 금지하지 않았다면 국민들이 무히카를 떠나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무히카는 재임 기간 소탈한 서민행보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인들에게 내주고 부인 명의 농장에서 생활한 것은 물론 재임 기간 월급(매달 약 1만4,000달러) 중 90%를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그의 재산 목록에는 농장과 1987년제 폭스바겐 비틀 한 대, 트랙터 2대 등만이 등록돼있다. 무히카는 퇴임식을 마친 후 자신의 고물 비틀을 타고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집으로 향해 마지막 순간까지 소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무히카의 이런 모습에 정적들은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그는 재임 기간 동성결혼과 낙태 허용, 마리화나 합법화 등 논란이 큰 진보적 법안들을 잇따라 통과시키면서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무히카는 남미 국가들 중에서는 최초로 시리아 난민 42명의 입국을 허용하고 이들에 대한 취업과 교육 서비스 등을 보장하기도 했다.
무히카는 1960, 7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항거하는 게릴라 조직 투파마로스 인민해방운동(MLN-T)에서 활동했다. 현역 상원의원인 부인 루시아 토플란스키(69)도 투파마로스 대원이었다. 두 사람은 군사정권에 체포돼 10여년 간 복역하면서 맺은 인연으로 부부가 됐다. 무히카는 오랜 수감 생활과 관련해 “7, 8년 동안 책 한 권도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생활이었다”며 “내적인 힘을 기르는데 열중했다”고 영국 BBC방송에 회고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친 무히카는 상원의원으로 돌아가 정치활동을 계속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