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특산품 하나가 지역 경제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보은대추’를 전국 명품 대열에 올려놓은 정상혁(73) 보은군수는 “타 지역과 차별화하기 위해 생대추 생산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예로부터 보은은 대추로 유명했다.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대추를 고려시대부터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 ‘도문대작’ 등 고문헌에도 대추는 보은산이 가장 좋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대추나무 빗자루병이 휩쓸고 간 뒤 보은 대추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2000년대 들어 지역에서는 옛 보은대추의 명성을 되살리자는 여론이 들끓었고, 특산물 육성 사업이 시작됐다. 민선 5기 들어 대추육성 사업을 본격화한 정 군수는 차별화 전략을 궁리했다. 건대추는 이미 경북 경산 등 여러 지역에서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던 터. 정 군수는 ‘대추는 과일이다’는 슬로건 아래 생대추로 방향을 틀었다. “무엇보다 생대추는 건대추에 비해 배 이상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생대추는 그러나 품질을 유지하기가 훨씬 어렵다. 성장기에 잠시만 비를 맞아도 열매 껍질이 갈라지면서 품질이 떨어진다. 관ㆍ배수가 제대로 안되면 저장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단점을 보은군은 기술력으로 극복했다. 전국 최초로 개폐가 가능한 비가림시설을 개발해 대추 농가에 보급한 것이다. 지금까지 133억원을 들여 대추밭 145ha에 비가림 시설을 갖췄다. 2017년까지 비가림 시설을 200ha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고품질 생대추 생산을 위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정 군수는 “2011년 말 설립한 대추연구소에서 지금의 맛은 유지하면서 저장성이 뛰어난 품종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군 농업기술센터에 개설된 ‘대추대학’에서는 매년 40여명의 대추농들이 재배 신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현재 보은군에서 나오는 대추의 대부분은 생대추다. 그 결과 보은대추의 생산성은 전국 최고 수준이 됐다. 2012년 보은군의 총 대추 생산량(1,164톤)은 전국의 12.2%를 차지한 데 비해 생산액(174억원)은 전국의 22.8%를 차지했다. 생산량 점유율보다 생산액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은 그 만큼 가격이 높은 생대추를 많이 생산했다는 얘기다.
보은군은 보은대추를 전국 최고의 농특산품으로 키우기 위해 6차산업 육성 계획안도 마련하고 있다. 생산에서부터 가공식품 개발, 유통, 관광을 아우르는 대추 고장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정 군수는 “특화한 재배기술을 바탕으로 생대추 생산에 전력을 기울여 보은대추의 옛 명성을 회복하고 농가소득도 크게 높이는 결과를 얻었다”며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보은=한덕동기자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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