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정년퇴직한다 해도 최소 5년 공백
외환은행 '행복 노하우 연금'
만기 때 목돈 수령 가능 장점
보험사 상품은 시중금리 연동 매력
대기업에 근무하는 김모(53)씨는 최근 고민이 부쩍 늘었다. 동기 몇몇이 이미 퇴직한 데다 김씨에게도 곧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점이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고민의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돈이다. 큰딸은 대학생이고, 막내가 아직 고등학생이라 여기저기 돈이 들어갈 곳이 많은데 마땅히 지금까지 모아둔 자금이 없어서다. 믿는 건 오직 퇴직연금. 하지만 이것만으로 학자금과 은퇴 후 생활비를 모두 충당할 수는 없다. 김씨는 “가장 지출이 많은 시기에 은퇴를 앞두고 있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씨의 고민은 은퇴 시기에 접어드는 대다수 베이비붐 세대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하다. 법적 정년인 60세까지 회사에 다닌다 해도 김씨의 경우(1962년생) 65세가 되는 퇴직 5년 뒤에야 정상적으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5년의 소득공백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더욱 암울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표한 직장인 평균퇴직연령이 53세인 점을 감안하면 이보다 훨씬 긴 세월을 소득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을 앞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신청자도 크게 느는 추세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조기연금 수급자는 42만8,828만명으로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289만8,848명)의 14.8%에 달했다. 2009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18만4,608명으로 전체의 8.59%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의 경우, 수급개시 연령을 1년씩 앞당길 때마다 연 수령금액이 6%씩 깎이기 때문에 무작정 당겨 받았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득공백기를 위한 금융회사들의 ‘가교형 상품’에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소득공백기 가교형 상품이란 조기퇴직으로 국민연금 수령시까지 소득이 없는 경우 해당 기간 연금처럼 받을 수 있도록 설정된 상품이다. 일반 연금상품과 달리 거치 기간이 짧고, 개시 시점이 빠른 게 특징이다.
IBK기업은행의 ‘IBK연금플러스 통장’은 기존 연금상품과 달리 가입 다음 달부터 원금과 이자를 연금식으로 받을 수 있어 퇴직금을 목돈으로 받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또 거치기간 및 연금지급기간을 개인 사정이나 자금운용목적에 따라 각각 1~3년 또는 1~5년 사이로 정할 수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 미래설계 연금예금’은 5년 이상 50년 이하의 기간을 설정해 연금을 수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상품과 함께 패키지로 출시된 ‘신한 미래설계 통장’ 가입자에게는 적립 기간 중 연 0.2%의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예금 가입시 가입원금을 ‘연금지급액’과 ‘만기해지금액’으로 나눌 수 있는 외환은행의 ‘외환행복 노하우(knowhow) 연금예금’은 국민연금 수령 전ㆍ후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기 시 목돈 수령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에서도 가교형 상품을 판매한다. 은행과 달리 시중금리에 연동하는 공시이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교보생명의 ‘교보시니어플랜연금보험’은 단기간에 노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보험료 납입기간을 2년에서 9년까지 매 1년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조기퇴직시 연금을 앞당겨 받거나 정년연장으로 연금이 당장 필요하지 않을 경우 뒤로 미룰 수 있는 등 개인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한화생명의 ‘트리플라이프연금보험’도 은퇴 후 소득이 없는 기간에는 연금액을 높이고, 국민연금 등으로 소득이 생기는 기간에는 연금액을 낮춰 인생주기에 맞춘 노후설계가 가능하도록 했다.
김진웅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원은 “국민연금 개시 연령이 계속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은퇴로 갑작스레 소득공백이 생기면 생활을 하는 데 큰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소득공백기를 이겨내기 위해 가교형 상품을 잘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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