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고 창 밖을 바라보며 어딘가로 향하는 시간이 내게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마음껏 멍해질 수가 있어서 좋다. 요즘처럼 마음이 쫓길 때는 내리지 않고 종점까지 그냥 실려 갔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누가 그렇게 살라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자유롭고 여유 있게 살지 못하는 것 역시 나의 무능일 것이다. 젊음을 즐기며 쾌락만을 쫓아서 살기를 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갑자기 모든 것들을 그만 두고 훌쩍 어디론가 떠날 수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충분한 휴식과 좀 더 느린 생활 패턴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너무 바쁘고, 혹사당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살기는 무척 어렵다. 그렇더라도 삶의 충동을,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사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다 늙어서, 무력하게, 죽음을 앞두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조금씩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삶의 방법도 스타일도 달라서 누구도 이렇게 살아라, 이것이 행복이다, 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공원 벤치에서 우연히 인디 밴드를 만나 그들의 음악 작업에 합류하게 된 존은 그토록 원하던 자신만의 시간과 기회를 갖는 듯이 보이지만 그 안에도 풀 수 없는 문제와 어려움은 도사리고 있다(영화 ‘프랭크’). 좌충우돌하며 마음껏 살아보는 일이 그럴듯한 결실을 맺는 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안에 나와 나의 삶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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