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00㎞를 7.4 초 만에 도달, 딱딱한 서스펜션 덕에 쏠림 없어
뒷좌석의 승차감은 다소 아쉬워
터보는 남성의 로망이다. 1980년대 중반 TV 외화 ‘전격 Z작전’에 등장하는 만능 자동차 키트가 터보를 켜서 아스팔트를 갉아먹을 듯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터보는 켜고 끄는 게 아니다. 배기가스 압력으로 압축시킨 공기를 연소실로 보내 더 많은 연료를 태우는 게 터보엔진이다. 그렇더라도 변함 없이 터보에 대한 열망은 남아 있다.
터보엔진을 장착한 쏘나타를 1일 시승했다. 2,000㏄ ‘터보-GDi 익스클루시브’ 모델이다. 경기 양평 더 힐하우스에서 여주 블랙스톤 GC까지 73㎞ 구간을 달렸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고 출발했다. 자동변속기 차량을 운전하는 사람들은 가속페달을 밟고 속도를 올리려면 얼마를 기다려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차는 달랐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기 무섭게 치고 나갔다. 주행 시 많이 쓰는 1,500~3,000rpm(분당 엔진 회전수)에서 엔진이 최대 출력을 내도록 개선됐기 때문이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진입하자 터보가 진가를 발휘했다. 출발부터 시속 100㎞를 넘을 때까지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7.4초. 그러자 다른 차보다 지름이 1㎝ 작아진 스티어링 휠의 특징이 나타났다. 스티어링 휠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체는 기민하게 반응하며 차선을 바꿨다. 레이싱 카의 스티어링 휠 지름이 30㎝에 불과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파워 스티어링에 고출력 전동 모터까지 적용됐으니 조향감은 더할 나위 없었다.
화물차들로 막힌 정체구간. 이 도로의 제한 최고속도 시속 110㎞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17인치 대구경 디스크 브레이크 덕에 속도가 순식간에 줄었다. 일반 쏘나타보다 딱딱하게 튜닝된 서스펜션 덕분에 쏠림은 없었다. 스포츠 서스펜션 튜닝은 급회전 구간도 말끔하게 뚫고 나갈 수 있게 했다.
다만 물렁한 서스펜션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승차감이 생소했다. 주행 중간, 운전을 동승자에게 맡기고 뒷자석에 앉아 봤더니 도로의 요철이 거의 그대로 전달됐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버킷 시트여서 급회전시 몸을 감싸줬지만 뒷좌석은 회전력을 몸으로 버텨야 했다.
결론적으로 쏘나타 터보는 쏘나타 삼형제 중 달리고 서는 데 가장 충실한 차였다. 그만큼 소나타 터보를 운전하는 손 맛도 좋았다. 2.0 CVVL 모델이 무던한 첫째 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알뜰하고 조용한 누나라면 터보 모델은 남성미 넘치는 셋째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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