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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충' 댓글 썼다 법정에… 어떡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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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충' 댓글 썼다 법정에… 어떡해야 하나요

입력
2015.03.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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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 사실 없어도 공소 제기 가능해, 생각 다른 사람에 손해 입히려 악용

"댓글 달게 된 이유 논리적 설명을" 경찰·검찰 조사 등서 유의점 강의

“나보다 심한 댓글을 단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는데도, 무더기로 고소해 합의금을 요구한다.”“노골적으로 용돈벌이나 하겠다며 고소 협박을 하는데,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지하 1층 느티나무홀에서 특별한 강좌가 열렸다. 제목은 ‘모욕죄 악성 고소사건 대응법’. 온라인 비난 댓글에 대한 모욕죄 처벌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를 거꾸로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할 지가 주제였다. 최근 용인 가능한 수준의 비난이나 조롱 섞인 표현을 쓴 이들까지 고소해 합의금을 타내는 모욕죄 악용사례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참석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별다른 생각 없이 달았던 댓글로 고소를 당해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직장인 A(39)씨는 “‘한심한 충(蟲ㆍ벌레)’이란 댓글을 썼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경찰 조사가 피곤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B(37)씨도 “세월호 참사 당시 도를 넘은 희생자 비하에 분노를 느끼던 상황에서 일간베스트의 인증글을 보고 댓글을 단 것뿐인데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돼 답답하다”고 푸념했다.

친고죄인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징역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념이 모호한데다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도 피해자가 고소하면 얼마든 수사가 진행되는 탓에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기 일쑤다.

실제로 사이버 공간에서 모욕죄를 악용하는 사례는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사이버모욕죄 신설 등 모욕죄에 대한 사회의 엄단 분위기에 편승해, 한번에 수십명~수백명씩 고소하는 이른바 기획성 고소까지 하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맡은 박주민 변호사는 “어떤 고소인은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사이트에서 ‘내가 다른 사이트를 산업화시키겠다. 용돈 벌이 하러 가겠다’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며 “댓글로 인해 모욕감을 느껴서라기보다 다른 사이트의 성향을 바꾸거나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고소하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화’는 보수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의 이용자들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다. 실제 해당 사이트에는 ‘일단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고, 각종 게시판에 분노할 만한 글을 올려 악성 댓글을 유도한 뒤 모욕죄로 고소하면 용돈을 챙길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욕죄로 피소된다고 모두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디지털카메라 커뮤니티인 SLR클럽 게시판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호두과자업체 관련 글에 “일베충들 정신 언제 차리나”“진짜 이런 X들도 있구나” 등의 댓글을 올려 고소된 네티즌 대부분이 지난달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 “단순한 욕설이 포함된 개탄 혹은 분노의 표현일 뿐”이라는 이유에서인데, 문제는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피고소인들이 겪어야 할 정신적 고통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 참석자는 “잘잘못을 떠나 법적으로 문제가 됐다는 자체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에서는 경찰, 검찰 조사 및 법원 출석에서 챙겨야 할 부분과 유의할 점 등 피고소인의 대처법이 폭넓게 다뤄졌다. 박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댓글을 달게 된 이유를 꼭 물어보는데 대다수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며 “게시글이 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고, 어떤 생각에서 이런 댓글을 달게 됐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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