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들 판단 달라 최대 6배 차이, 법조계 "명확한 지급기준 필요" 지적
간통죄 폐지로 간통은 형사에서 민사 문제로 바뀌었다. 배우자의 상간자의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게 됐지만 민사소송에서 여전히 손해배상의 의무를 진다. 그러나 지금껏 재판부마다 주문하는 위자료 액수가 들쭉날쭉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배우자의 상간자에게 책정된 위자료는 50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모(40ㆍ여)씨는 남편과 외도한 20대 여성 A씨로부터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남편은 2013년 12월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서 종업원 A씨를 만나 근처 모텔에서 성관계 하는 등 2014년 3월까지 총 13회에 걸쳐 호텔과 A씨의 집을 드나들며 관계를 가졌다. 남편은 그 해 1월 A씨에게 집 전세금 용도로 2억원을 송금하기도 했다. 지난 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 장준현)는 최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같은 법원 민사100단독 김상규 판사는 동일한 시기인 지난해 11월 정모(39ㆍ여)씨가 남편과 외도한 김모(32ㆍ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700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또 이 법원 민사34단독 박강준 판사는 최근 상간자 B씨에게 위자료 1,200만원 지급을 판결하기도 했다. 다른 외도 사건에서는 500만원 위자료 지급 판결이 나온 경우도 있었다.
각각의 사건에서 재판부들이 위자료를 인정한 법리는 동일했다. 이들 재판부는 “원고의 배우자는 부부로서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상간자인 피고는 그 부정행위에 가담했다고 할 것이므로 이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위자료를 책정하는 기준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들은 ▦부부의 혼인 기간 ▦배우자 부정행위의 기간과 정도 ▦소송 당시 부부가 이혼에 이르렀는지 여부 ▦간통죄 형사처벌 등 여러 사정을 감안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6배까지 상이하게 책정되는 위자료 액수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항소심에서 위자료가 증액될 경우에도 원심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유가 따로 없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혼소송을 많이 맡는 한 변호사는 “원고가 납득할 수 있도록 위자료 책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간통죄 처벌이 불가능해지면서 민사ㆍ가사상 손해배상만이 원고의 정신적 고통을 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통죄 폐지의 대안으로 간통사건의 위자료 증액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법원 내부에서는 증액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현재 법원은 위자료 액수를 참작할 때에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로 혼인이 파탄됐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며 “위자료 증액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사망 사건 유족들의 위자료도 이제 겨우 1억원”이라며 “간통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가족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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