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서 권역별 비례대표 도입 "지역주의 환화" 긍정반응 높아
"지역구 축소하면 대표성 약화" 대구·경북 부정적 기류 압도적

유권자들은 비례대표 의원 선출 방식과 관련, 현행 전국단위 대신 권역별 선출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역구 의원 수를 줄여 비례대표를 늘리는 데 대해선 유보적인 의견이 다소 많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통한 지역주의 완화에는 공감하지만, 동시에 농촌을 비롯한 지역 대표성의 약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한 선호도 뚜렷
비례대표를 전국단위가 아닌 6개 권역별로 구분해 선출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으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49.2%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군소정당 난립 우려 때문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38.4%였다. 대부분의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높게 나타난 가운데 지역별로는 호남(59.2%)과 부산ㆍ울산ㆍ경남(54.0%)에서, 직업별로는 블루칼라(58.2%)와 학생(58.1%)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선거관계법 개정 의견에 대한 실질적인 긍정평가여서 향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관위는 비례대표를 6개 주요 권역으로 나눠 선출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힌 반면 새누리당은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돼왔다. 한국일보 신년 여론조사(1월1일자)에서도 17개 광역시도별 선출(35.2%)이나 권역별 선출(27.8%)을 선호하는 의견이 현행 전국단위 선출(24.0%)보다 훨씬 많았다. 비례대표 선출 방식의 개선을 통해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어가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는 셈이다.
“비례대표의 비중 점진적으로 늘려가야”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의석 배분을 현행 246명, 54명에서 각각 200명, 100명으로 변경하자는 중앙선관위의 제안에 대해선 반대(47.2%)가 찬성(40.4%)보다 다소 많았다. 반대 이유로는 지방자치 및 농촌지역 대표성 약화 우려가, 찬성 이유로는 지역주의 극복과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 반영이 각각 꼽혔다.
지역별로는 서울(찬성 43.1%, 반대 41.9%)에서 전국평균과 달리 찬성이 더 높은 반면 대구ㆍ경북(찬성 26.0%, 반대 61.5%)에선 지역구 의원 수 축소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뚜렷했다. 직업별로는 블루칼라(찬성 51.3%, 반대 42.3%)와 화이트칼라(찬성 41.5%, 반대 51.5%)의 의견이 엇갈렸다.
이번 조사 결과는 그러나 신년 여론조사에 비해 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엔 의원정수 300명 유지를 전제로 지역구 의원 수 증원(45.8%) 의견이 비례대표 증원(21.9%)을 압도했다. 이번에는 ‘지역구 축소, 비례대표 확대’에 대한 찬반이 오차범위(±3.1%포인트)를 약간 벗어난 수준에 그쳤다.
이는 향후 국회 정개특위 논의가 ‘지역구 축소, 비례대표 확대’라는 중앙선관위의 목표로 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도리어 선거구 재획정을 앞두고 지역구 수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당장 지역구를 200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100석으로 확대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점진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이 비례대표의 역할과 순기능을 적극 평가하더라도 여야 정치권이 지역구를 한번에 50곳 이상 줄이는 건 사실상 어려운 만큼 점진적으로 비례대표를 늘려가는 식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면서 “경우에 따라선 세비총액 동결을 전제로 의원정수를 늘려서라도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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