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위험수위" 지적

장기간 침체돼 있던 부동산 거래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하는 것이 정부가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반길 일일 수도 있지만, 그와 맞물려 가계빚 급증세가 더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은 몹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올 들어 2월말까지 2개월 동안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배 넘게 폭증했고, 가장 폭 넓은 가계부채 지표인 가계신용은 작년 말 현재 1,089조원으로 1년 동안 67조원 이상 늘어났다. 상당히 우려될 수밖에 없는 증가 속도다.

특히 최근 가계대출에서 보여지는 몇 가지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계대출 중 상환용 대출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추세라는 점이다.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도록 돼 있는 대출의 만기가 하나 둘 도래하면서 원금을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는 이른바 ‘돌려 막기’가 확산되면서 빚이 빚을 낳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특성은 부동산의 유동화다.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을 융통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는 경우 한계상황에 도달한 가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이 정부가 매매 활성화와 집값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가계부채 확대를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은 ‘가계대출과 가계부채’ 보고서에서 “그 동안은 당국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 왔지만, 최근 들어 가계부채 증가를 오히려 용인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금융확장적 경제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대 교수는 “향후 금리인상이나 외부 경제 여건 변화에 따라 가계 대출이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DTI 규제 강화 등으로 가계부채 총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총량을 쉽게 조절하기 어려운 악성 가계부채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적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원리금 상환 등 부채에 짓눌린 가계들이 소비여력이 줄어들면서 내수 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어떤 주체들이 어떤 금융기관에서 어떤 목적으로 대출을 받는지 질적인 측면을 먼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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