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재 매출 2025년 10조 목표,
車 배터리 사업은 내년부터 흑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시장 선도"
지난달 27일 LG화학 전남 여수공장 내 고흡수성 수지(SAP) 연구실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물 200g이 담긴 실험용기(비커)에 흰색 가루 형태의 SAP 2g을 넣었더니 30초도 되지 않아 물이 젤리처럼 굳어졌다. SAP이 100배나 많은 물을 모두 빨아들였지만 비커를 뒤집어도 굳어진 혼합물은 떨어지지 않았다. LG화학 연구원은 “SAP이 워낙 흡수력이 뛰어나 기저귀 제조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2008년 SAP 시장에 진출한 후발주자였지만 세계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 6,000억원을 기록하며 세계 4위(시장 점유율 12%)로 도약했다. P&G와 킴벌리클라크 등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들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현재 제4공장도 새로 짓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대표주자인 LG화학이 성장 정체인 석유화학 업종을 보완할 신성장동력으로 SAP과 같은 소재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소재 분야 매출을 올해 6조원에서 2018년 12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부회장은 2018년부터 세상에 없던 소재를 상용화해 미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SAP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친환경 합성고무는 물론이고 에너지 분야 연구개발(R&D)에 집중해 첨단 소재들을 개발 중이다. 박 부회장은 “인류의 삶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에너지인 만큼 에너지 핵심 소재가 10년 뒤 가장 주목되는 분야가 될 것”이라며 “남들이 아직 하지 않은 방법으로 아직 나오지 않은 소재를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미래 소재로는 탄소를 포함하지 않은 무기소재와 태양전지ㆍ연료전지용 소재, 기존 배터리의 에너지 저장능력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전지 분야를 꼽았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미래소재 분야를 2020년 매출 1조원 이상, 2025년 매출 10조원 이상 사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자동차 배터리 부분은 내년부터 적자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선행 투자를 많이 해서 아직은 적자지만 내년부터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위해 박 부회장은 “지금보다 두 배 정도 성능을 향상시켜 한 번 충전에 400~500㎞까지 갈 수 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조만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래 소재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R&D 투자액을 올해 6,000억원에서 2018년 9,000억원으로 늘리고 개발 인력도 1,000명 이상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달부터 과천 R&D센터를 본격 가동하고, 2017년부터 LG그룹이 건립 중인 서울 마곡의 LG사이언스파크를 미래소재 개발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LG화학은 전통 석유화학 부분의 매출 비중을 점차 줄이기로 했다. 중국기업들이 자체 설비를 갖추면서 전세계에 걸쳐 공급과잉의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은 “단순히 범용 제품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제품쪽으로 기술력을 갖춰 왔기 때문에 시장을 선도해나갈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여수=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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