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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과의 동거...수술 없이 삶의 질 높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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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과의 동거...수술 없이 삶의 질 높여요

입력
2015.03.0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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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작고 림프절 전이 없다면

피해 큰 수술보다 정기검진 충분

로봇 수술ㆍ초음파 절삭기 등

흉터ㆍ후유증 줄이는 도구도 속속

박원서 경희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에서의 정밀의학에 대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현재 가용한 가장 적합한 무기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박원서 경희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에서의 정밀의학에 대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현재 가용한 가장 적합한 무기를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정밀의학 시대] 요즘 질병 치료에서 환자 개개인을 중심에 놓는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이 대세다. 기존 방법은 병기(病期)가 비슷한 환자들에게 사전에 정해진 가이드라인(표준치료법)을 꿰맞추는 두루뭉슬 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병기이더라도 증상 상태, 유전적 특질 등은 환자마다 각기 다르다. 정밀의학은 환자들 사이의 이 같은 개인 차이에 주목하고 진단과 치료의 모든 과정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초점을 맞춘다. 최근 국내에서 본격 시도되고 있는 정밀의학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갑상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분화 속도가 느려 진행이 더디다. 암환자에게 불행 중 다행인 이 같은 사실은 역설적으로 갑상선암을 물리치는 치료법 개발엔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항암제는 암세포 분열 시기를 집중 공략하는 원리다. 다른 암에서는 표적치료제다 뭐다 해서 각종 최신 치료법이 쏟아지고 있지만 갑상선암 만은 예외다. 그래서 갑상선암에선 수술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최우선의 치료법이다. 신무기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로라도 잘 싸워 침입한 적을 무찌르는 수밖에 없는 셈이다.

박원서 경희대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교수는 “갑상선암에서 정밀의학이란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해 현재 가용한 가장 적합한 무기(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환자 개개인의 증상 상태나 치료 목적 등에 따라 치료법과 절제 범위 등을 달리하면서 완치율을 높이고, 후유증은 줄이며, 삶의 질은 높일 수 있는 최선책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보다 신중해진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 흐름

지금 갑상선암을 몸에 지니고 있거나 암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아주 혼란스럽다. 과다 검진 논란 이후 뚜렷한 치료 방침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갑상선암 치료 흐름은 예전보다는 좀 더 보존하자는 쪽이다. 지난해 말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도 보존론에 힘을 싣고 있다.

과잉진단은 과잉치료로 이어진다. 과잉치료를 막기 위해서는 진단부터가 보다 신중하면서도 보수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 “갑상선암이 의심되더라도 크기가 0.5cm 미만이고, 갑상선 내부에 위치하며, 림프절 전이가 없고, 가족력 등 위험 인자가 없다면 초음파로 정기적인 관찰만 해도 된다”고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도 갑상선암이라고 하면 무조건 갑상선 조직 전부를 잘라낸 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했다.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는 방사성 동위원소인 요오드를 이용해 수술 뒤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박멸해내는 것으로, 갑상선 잔여 조직까지 완전히 파괴한다. 보통 의사들은 이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갑상선암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인 사이로글로블린(thyroglobuline) 수치가 0.1ng/mL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암세포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 경우 ‘암의 완벽한 제거’가 목적인 의사들은 만족스럽다. 문제는 환자들이다. 암은 사라졌더라도 갑상선 호르몬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 등 수술 후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록 초음파상 암으로 보이더라도 주변 조직 침범이나 림프절 전이 소견이 없는 작은 암의 경우에는 세포검사 등을 하지 말고 추적관찰만 하자는 것이다. 공격적 진료는 과잉치료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아예 진단 자체를 하지 말자는 입장 선회다.

“갑상선 한 쪽의 작은 암은 반절제만 하자”

박 교수는 갑상선암에 대한 무조건적 전절제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암이 나비 모양의 갑상선 조직 한 쪽에 1cm 미만 크기로 국한된 경우 한 쪽만 잘라내는 반절제를 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갑상선암이 1cm 미만이고, 림프절 전이가 없고, 가족력이 없을 경우 반절제를 해도 치료성적이 같다는 연구결과가 여럿 나왔다”고 했다.

반절제 시 갑상선호르몬 보충제 복용이 불필요하거나 또는 최소화 해야 한다는 것도 최근 들어 달라진 흐름이다. 박 교수는 “반절제 시 반대 쪽 조직의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원활하거나 암 재발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호르몬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조기암에서 환자가 수술 후 흉터를 꺼리는 경우라면 로봇수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절제수술 시에는 갑상선이 자리한 목 부위를 5~7cm가량 짼다. 목의 자연스런 주름을 따라 절개한다지만 워낙 눈에 잘 띄는 돌출 부위라 작은 흉터라도 보기 흉하다. 여성 환자들이 고가임에도 흉터가 드러나지 않는 로봇수술을 선호하는 이유다. 로봇수술은 겨드랑이 양쪽에, 또는 양쪽 겨드랑이와 유륜선에 각각 2개의 작은 구멍을 뚫는 방식이라 흉터가 드러나지 않는다. 완치율과 합병증 발생률에서 로봇과 외과적 절제수술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박 교수는 로봇수술을 선별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암세포가 주변 조직에 침범한 진행된 암은 조기암보다 재발 확률이 더 높다. 재발 시에는 로봇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갑상선에 생겨난 양성결절이 너무 튀어나와 미관을 해치는 경우에도 레이저나 고주파 시술로 흉터 없이 사이즈를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박 교수는 “여러 번 검사 했는데도 결절이 양성인 경우 미용 목적으로 선별적으로 크기를 줄이는 시술을 할 수 있다. 지름 5cm짜리를 4cm로 1cm만 줄여도 부피가 반으로 줄어 들어 안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양성결절 레이저 등 시술 시 후유증 조심

양성결절에 대한 레이저 또는 고주파 시술 시에는 과잉시술에 따른 후유증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일부 대학병원 의사들은 “개원가에서 고주파 등 시술을 받은 뒤 손을 못 쓸 정도로 갑상선 조직이 망가져 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누가 봐도 명백한 양성이고, 증상이 없고, 사이즈도 크지 않고, 미용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그냥 놔둬도 괜찮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진단 결과 진행된 암으로 판명된 경우에는 근치적 수술(갑상선 전절제술과 림프절 곽청술)과 이후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통해 재발률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갑상선암은 천천히 자라니까 두고 봐도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했다. 갑상선암의 확진은 세포검사, BRAF 유전자 검사, 림프절 세침흡인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정밀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출혈 등 수술 후유증을 줄여 주는 보조기구 개발 등 노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혈관이 가장 풍부한 조직 중 하나다. 갑상선이 자리한 목에는 경동맥을 비롯한 큰 혈관이 지나간다. 이에 따라 갑상선암 수술 시 응급 대처를 요하는 출혈이 1~2%가량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수술환자 100명 중 1~2명가량은 아찔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갑상선 수술 후 출혈은 기도를 막아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출혈 위험을 낮춰 주는 수술 보조기구는 초음파 절삭기가 대표적이다. 신경의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는 신경도자와 수술 부위의 유착을 예방하는 유착 방지제도 개발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아직은 초보 단계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송강섭기자 ericsong@hk.co.kr

바로잡습니다

2월24일자 20면 기사 ‘자살률 1위, 와그라 증후군, 건강염려증… 아프니까 중년이다?’의 사진이 내용과 무관한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사진에 나오는 부부들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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