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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먼, 日 두둔하듯… "과거의 적에 대한 비난은 마비 초래"

입력
2015.03.0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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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의 과거사 관련 비판 겨냥 인상 "위안부·바다 명칭 등 갈등 실망"

日 전후 70주년 담화 앞두고 초안 주도 학자·與 간부 이견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을 두둔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을 두둔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놨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과거사를 둘러싼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을 두둔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아 그 진의와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국과 중국이 소위 ‘위안부’문제를 놓고 일본과 논쟁하고 있으며 역사교과서 내용, 심지어 바다 명칭을 놓고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며 “이해는 가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 역내에서) 민족감정이 이용되고 있으며,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런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셔먼 차관은 “스스로가 만든 역사의 덫에 갇히는 국가의 위험스런 이야기를 멀리서 살펴 볼 필요가 없다”며 일본을 지적하는 걸 잊지 않았으나, 표현과 예시의 수준을 감안하면 이날 발언은 일본의 역사왜곡 움직임에 비판적 태도를 취하는 한국과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이 과거사에 집착하는 것을 비판하기 앞서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게 부상당한 부친을 거론하는 등 개인사를 공개한 것을 두고는 일본에게 진정한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한국이 미래를 위해 일본에게 양보할 것을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후 70주년을 맞아 발표할 담화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서 어정쩡한 사과를 담는다면, 미국이 이를 앞세우며 한국에 관계 개선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것이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2011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외교통상부 박석환 제1차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이 지난 2011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에서 외교통상부 박석환 제1차관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물론 한편에서는 셔먼 차관 발언은 미국의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으며, 지레 짐작으로 과잉 반응하는 게 오히려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한다는 대목 등으로 미뤄보면 한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이나 일본 언론도 셔먼 차관 발언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일본 교도 통신이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셔먼 차관이 이달 중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 가능성과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고 밝힌 사실을 부각시킨 뒤, 그 배경 설명의 일환으로 과거사 발언을 덧붙여 보도했다.

한편 셔먼 차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을 파키스탄과 같은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미국의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북한의 경제모델은 실패로 판명 났으나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방하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우려해 이를 고수하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약점을 감추려면 주먹을 쥐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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