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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한반도 기후변화와 그 대책들

입력
2015.03.0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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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기후변화가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며칠 전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14’에 의하면, 한반도의 온도는 1954~1999년에는 10년마다 평균 0.23도 올랐으나 2001~2010년에는 0.5도 올랐다. 인근 해수면도 매년 3.2~4.67㎜ 상승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이 수치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나 해수면 상승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것이다.

기후변화가 빠른 만큼 피해도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에서 폭염에 의한 사망자는 20여년 후 약 2배 증가하고, 부산에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3,9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그 외 기후변화에 따른 질병 증가, 교통 혼잡비용 증대, 농산물 재배 여건 악화 등 많은 피해가 예상됐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도시지역에서 더 심각하며, 피해는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기후변화에 관한 이러한 현실과 미래 예측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물론 지구적 기후변화와 피해 추정이 ‘음모’라는 주장도 있다. 즉 ‘지구온난화는 거짓’이며, 이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세금을 더 거두거나 개도국의 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2010년 이후 한반도의 기후변화에 관한 2,500여 편의 국내외 논문과 보고서를 분석·평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과학적이고 신뢰할만하다.

오늘날 기후변화는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더욱 심각한 것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이며, 1990~2010년 연평균 배출량 증가율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따라서 한반도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보고서는 국제적 노력과 별도로 국내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제안과는 달리,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 정책은 허구적으로 추진되거나 겉돌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했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4대강 토건사업과 해외자원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엄청난 예산만 탕진했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 허구적 환경정책은 중단되었지만, 환경정책 자체도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매우 중요한 대책, 즉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지난 1월 초순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배출권 거래시장은 현재 ‘개점휴업’ 상태이다. 출범 첫날 거래량 1,190톤, 거래대금 974만원을 기록한 후 거래가 거의 없어, 한 달 총 거래량은 1,380톤, 거래대금은 1,155만원이었다. 거래 부진은 예견된 것이다. 내년 6월까지 배출량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거래 초반에 배출권을 사거나 팔려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반대했고, 시행 이후에도 대상 업체들(525개) 가운데 절반가량(46.3%)이 배정된 할당량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주요 반대 이유는 미국과 중국도 도입하지 않은 제도를 시행할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관련 제도의 도입에 매우 적극적이다. 이 국가들이 이 제도를 먼저 시행할 경우 오히려 우리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배정된 할당량이 적다고 반발하지만, 할당량을 늘릴 경우 희소성이 떨어져 시장이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일반상품 시장과는 달리 배출권 시장은 인위적으로 할당된 배출권을 상품화하기 때문에, 정부의 체계적 개입 없이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에게 탄소세를 직접 부과하는 방법도 다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 외에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고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구체적 실천계획의 시행도 중요하다. 최근 서울시에서는 기후변화의 전 분야에 걸쳐 실천과제와 목표를 담은 실천 프로그램을 시민주도로 추진하고 있다. 지구적, 국가적 대책과 더불어 시민주도 지역 실천운동이 확산될 때, 한반도 기후변화와 그 피해는 점차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최병두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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