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을 지칭하는 요우커(遊客)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100조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면서 ‘걸어 다니는 지갑’이라는 별칭까지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작년에 613만명이 찾아와 18조 6,000억원 이상의 국내생산 유발 효과를 창출할 정도로 침체된 내수 경기를 견인하는 확고한 소비주체로 떠올랐다. 요우커 1,000만, 2,000만명 시대의 도래가 현실이 되었고 이들이 쓰는 비용은 우리 전체 내수의 20%에 이를 전망이다. 이들을 단순 관광객이나 쇼핑객으로만 보지 말고 고질적인 내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장기 소비자로 만들 수 있다면 이것이야 말로 창조 경제다.
중국 측 통계를 보더라도 중국인들의 첫 번째 선호 방문국이 바로 우리나라다. 이는 당연히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해 있어 여행 경비가 저렴하고, 비록 일부라 하더라도 한류의 본고장을 체험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진짜 물건을 쉽고 싸게 쇼핑할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잘 정비된 선진적 국가를 건설했고 첨단시대를 주재하는 IT 강국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중국인들을 유인하는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한국을 방문하고 간 중국인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점이 문제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16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만족도와 앞으로 3년 내 관광목적 재방문 의사가 14위, 추천 의사는 13위, 무엇보다 방문 후에 이미지가 나빠졌다는 응답이 16위를 차지했다니 심각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숙박시설과 각종 여행안내 시설이나 자료가 부족한 데다 항공료도 안 되는 여행 상품을 커버하기 위해 과도한 쇼핑을 요구하거나 무자격 가이드가 우리나라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조장하고 왜곡된 역사를 설명하는 등 서비스 수준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인 관광도 저가 패키지여행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일부 면세점의 쇼핑 등 유통업만 호황일 뿐 다른 업계는 실질적 이익을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기 여행시장에서 늘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향후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 시장 확대 추세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결국 다시 오고 싶은 한국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미국 영국 스페인 등 관광대국은 물론이고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는 일본도 중국어 서비스 확대나 편리한 결제시스템 제공 등 중국인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앞 다투어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향후 중국 관광객 시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은 소수 부유층 1세대와 한류 세대로 불리는 여행자유화 초기 세대인 2세대를 거쳐 자유 여행을 통해 문화와 테마가 있는 소비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3세대로 진화했다. 80년대 이후 출생한 빠링허우(80後)세대가 중심이 되는 이들은 이 시대를 사는 한국 사람들과 같은 행태로 쇼핑을 하고 한국을 즐기려고 한다. 스마트폰을 들고 젊은이의 거리를 찾고 뒷골목을 구경하면서 맛집을 찾아 다니며 현대 한국인의 생활 패턴에 관심을 갖는다. 터무니없는 바가지 상혼에 분노하고 자신들을 봉으로 보는 시선을 불편해 한다. 한국식으로 집을 장식하고 주방을 꾸미려는 중국인도 생기고 있다. 몇 년이나마 앞서 자신들의 미래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그들이 보려는 한국이다.
시설 등 인프라의 불편함은 표면적 문제다. 본질적인 문제는 이들이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인들이 쇼핑 장소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정치적으로 불편하지만 일본을 계속 여행하는 것은 바로 현재 중국에는 부족한 깨끗하고 정제된 모습이 일상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예의 바르고 정직하며 차별 없는 시선과 분위기, 잘 정비된 사회시스템 그리고 민주와 자유를 중시하는 선진 문화의식이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을 때 새로운 중국인 관광객 창출과 재방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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