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친(親)러 분리주의자 반군과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각종 군사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일부러 사진을 흐리게 하는 등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2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위성사진을 포함한 각종 군사정보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위성사진을 제공하기 앞서 러시아 영토 내의 주요 군사시설 사진을 검은색으로 지워버리고 전반적인 사진 해상도까지 낮춰 정보의 가치와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심지어 사진도 24시간의 시차를 두고 뒤늦게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도와주지 않는 것도 아닌'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책임 문제 때문이다. 실제 공격이 발생해 피해가 커졌을 때 자칫 책임이 미국으로 향하는 것을 피하기 위함이다. 우크라이나에 고급 군사정보를 제공하면 결국 러시아군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판단인 것이다.
아울러 지나치게 고해상도의 사진을 제공하면 미국 군사 위성의 능력이 러시아에 파악될 수 있다는 점도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위성 정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공격 감지 군사용 단거리 레이더를 제공하면서 일부 핵심 부품을 일부러 빠뜨렸었다.
반면에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자 반군은 러시아로부터 최신 군사정보와 무기를 제공 받고 있어 우월한 군사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하소연했다.
우크라이나는 대타로 캐나다 정부에 군사정보 제공을 의뢰한 상태지만 최종 성사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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