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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김밥·명품 이어폰…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스트레스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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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김밥·명품 이어폰…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스트레스 훌훌

입력
2015.02.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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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속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회사원 김모(29)씨는 설 연휴가 끝난 뒤 평소 취미인 자전거 타기에 필요한 헬멧과 보호장비를 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직구’(직접구매)로 주문했다. 모두 해서 10만원 가량이 소요됐다. 김씨는 이미 헬멧을 3개나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주문을 과소비나 낭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10만원 정도의 소박한 사치는 나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물건이 집에 도착할 때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덕분에 긴 연휴가 끝나고 직장으로 복귀하며 겪은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작은 사치’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작은 사치는 해외 명품 등을 구입해 남들에게 과시를 하는 기존의 통속적 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구매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만큼만 소비하는 행태를 의미하는 신조어다. 삼성증권 백찬규 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주택 등 고가의 품목을 소비할 수 없는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급 생필품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 작은 사치의 원조”라고 설명했다.

작은 사치가 활발한 분야는 건강(Healthcare)ㆍ취미(Hobby),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 액세서리(Accessory), 여행(Tour) 등이다. 최근 20ㆍ30대 직장인들이 한 줄에 5,000원이 넘는 ‘프리미엄 김밥’을 사먹는다거나 수십 만원 상당의 명품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도 이런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작은 사치는 이번 설 연휴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명절 후유증’을 극복하는 방편으로도 활용됐다.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 중인 이모(27)씨는 25일 오후 직장 동료 5명과 차를 타고 경기 이천에 있는 노천온천을 다녀왔다. 이씨는 “서울에서 가는 데만 3시간이 걸렸지만 설날에 가사일을 하고, 친인척을 방문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며 만족했다.

‘불황형 소비’ 행태로 알려진 작은 사치는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젊은 층의 소비 풍토와 맞물려 더 확산되고 있다. 자전거 애호가인 김씨는 “취미에 들이는 돈을 아꼈다면 저축을 더 많이 할 수 있었겠지만 내게 투자하면서 느낀 행복감이 크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자기 선물’ 성격을 가진 작은 사치는 삶의 의욕을 고취하는 측면이 커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력 등을 고려해 허용 범위를 정하고 내리는 상(賞)은 스스로를 고양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개인별 소득수준이 늘어나면서 이런 경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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