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품질 따라 비용 차별 안 돼" 연방통신위 망 중립성 강화 결정
국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환영
‘인터넷은 공공재다.’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뜨거운 감자였던 인터넷 망 중립성 문제에 대해 미국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았다. 망 중립성이란 인터넷망은 공공재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누구든 차별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인터넷도 유선전화처럼 공공재인 만큼 속도를 차별해서 제공하거나 인터넷망 사용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서 민감하게 다루는 문제인 만큼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26일(현지시간) 망중립성 강화 규정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이전까지 민간 서비스로 꼽히던 인터넷망을 유선전화처럼 공공 기반시설로 취급해 정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앞으로 이용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대용량 콘텐츠나 데이터를 많이 사용해도 비용을 더 내라거나 사용에 제한을 두면 안 된다. 별도의 대가를 받고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것도 금지된다. 쉽게 말해 고속도로를 건설한 사업자가 8차선 가운데 2개 차로에 한해 특별히 통행료를 더 받고 빨리 달릴 수 있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망 중립성은 이날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FCC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만큼 민감한 문제였다. 망을 제공하는 컴캐스트, AT&T 등 통신업체와 이들이 구축한 망을 빌려 쓰는 인터넷서비스업체의 입장 차이가 워낙 팽팽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통신업체들은 스마트TV 제조사나 인터넷에서 돈을 버는 포털, 트위터나 다음카카오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 업체들이 통신망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대가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망 중립성을 인정할 경우 어떤 통신업체도 인터넷 망을 구축해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인터넷은 필수 자산이어서 단순 상용 목적의 서비스로만 보면 도서 산간 거주자나 저소득층 등은 이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맞섰다.
여기에 FCC가 망중립성 강화를 결정해 사실상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최근 그와 정반대의 법원 판결을 받아 든 국내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2012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메신저에서 무료로 인터넷전화(mVOIP)를 할 수 있는 ‘보이스톡’을 내놓자 통신업체들은 데이터 폭주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보이스톡 이용을 제한했다. 이는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6일 이통업체들이 3만~4만원대 저가요금제에서 mVOIP를 제한하는 것은 문제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정부가 요금제를 인가해줬고, 통신업체가 이용을 제한해도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된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나라도 기본적으로 FCC와 같이 망 중립성을 인정해 법적으로 통신업체들에게 공공재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보이스톡에 대한 법원 판결은 망중립성을 부인한 것이 아니라 요금제에 따라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이미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통신요금을 통해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는데 여기에 인터넷업체까지 망 사용료를 내라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반발하며 “국내에도 하루빨리 망중립성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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