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부터 서울대공원서 유배 생활, 활어 먹기 등 야생훈련 마무리 단계
3, 4월쯤 제주도 가두리서 최종 훈련, 생존능력 키워 상반기 중 방류할 계획
24일 오후 4시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해양관. 고등어가 담긴 파란 플라스틱통을 든 사육사가 들어서자 좁은 수조에 있던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수컷ㆍ15살 추정)와 복순이(암컷ㆍ15살 추정)가 기다렸다는 듯 수조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기절시킨 활어(고등어)를 사육사가 먹이로 내밀자 두 돌고래 모두 넙죽 삼켰다. 복순이는 수조에 던져 준 활어를 받아먹기도 했다.
매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는 활어 먹기 연습은 이날로 28번째다. 이 돌고래들에게 주는 활어는 단순한 먹이가 아닌 생존 능력을 키워주는 비책이다. 태산이와 복순이는 2009년 불법 포획된 뒤 제주 퍼시픽랜드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가 2013년 3월 대법원의 몰수 판결에 따라 자유의 몸이 됐다. 함께 몰수된 또 다른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는 야생 적응이 쉬워 2013년 7월 제주 김녕 앞바다에 방류됐지만, 태산이와 복순이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지 않는 등 어려움을 보여 같은 해 4월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지금껏 좁은 수조에서 ‘갇힌 삶’을 살고 있다.
그간 기약 없는 귀양살이를 해온 태산이와 복순이의 야생방류가 결정된 건 지난해 12월이다. 이후 본격적인 야생적응훈련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17일 첫 활어 먹기 연습 때만 해도 태산이와 복순이는 냉동 고등어만 먹으려 했다. 박창희 사육사는 “돌고래들이 2013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수조 전등만 깜빡여도 놀라고, 활어는 아예 입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극적인 변화는 1월 초ㆍ중순부터 나타났다. 지난달 7일에는 기절시킨 고등어를 입에서 놓친 복순이가 곧바로 다시 물어 삼켰고, 같은 달 19일에는 태산이와 복순이 모두 수조에서 헤엄치는 고등어를 5마리씩 사냥했다. 22일에는 20마리 고등어가 무리 지어 움직이는 것을 흐트러뜨린 뒤 이탈한 활어를 한 마리씩 잡아먹기도 했다.
한 사육사는 “점액의 유무 등 활어와 냉동 고등어의 식감이 달라 활어 먹기를 주저하기도 한다”면서도 “지난달 직접 사냥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야생에서도 잘 적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야생적응훈련은 처음에는 냉동 고등어를 먹어온 수조 속 돌고래가 놀라지 않게 기절시킨 활어를 주다가 익숙해지면 살아있는 활어를 수조에 풀어 직접 사냥하도록 짜여있다. 바다로 돌아갈 수조 속 돌고래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냥능력이기 때문이다.
제돌이 방류를 주도한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활어를 직접 사냥해 먹을 수가 있느냐가 야생 방사를 판단하는 핵심”이라며 “태산이와 복순이가 헤엄치는 고등어를 사냥했다는 건 수년 간 수조 속에 있었지만 사냥본능이 살아있다는 뜻이고, 이는 가두리에 옮겨졌을 때 바다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청신호”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현재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지인 제주도에 가두리를 알아보고 있다”며 “가두리를 구하면 3,4월 그쪽으로 태산이와 복순이를 옮겨 야생적응훈련을 마친 뒤 상반기 중에 방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돌이와 마찬가지로 가두리에 옮겨진 돌고래는 초음파를 쏴 고기떼의 위치를 확인하는 등 야생 사냥법을 익히게 된다.
과천=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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