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경쟁업체 롯데 불참에…" 의향서 제출 이틀 만에 돌연 철회
광주신세계백화점 부지 관련 정용진-박삼구 간 사전 논의설도
호반건설·사모펀드 4곳과 경합, 박삼구 회장에 유리한 국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신세계가 돌연 참여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권 회복과 맞물린 금호산업 인수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27일 금호산업 인수 의향서(LOI)를 제출한 지 이틀 만에 금호산업 매각 주간사인 산업은행에 인수 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이로써 박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다투는 모양새였던 인수전은 박 회장 대 사모펀드, 호반건설의 대결로 압축됐다.
신세계 측은 경쟁업체인 롯데의 불참을 인수 철회 이유로 들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경쟁업체(롯데)가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급호산업 지분 매각 과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당초 신세계가 인수전에 참여해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지분 30.1%)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항공업과 유통업의 연계 효과를 노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신세계는 이에 대한 설명을 피하고“영업권 방어 차원에서 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가 롯데그룹 견제를 위한 카드로 금호산업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함께 제기됐다. 신세계가 갖고 있는 광주신세계백화점은 금호산업에 5,000억원을 주고 금호터미널 부지를 빌려서 사용 중이다. 만약 금호산업 주인이 롯데로 바뀌면 금호터미널 주인도 달라질 수 있어 신세계로서는 문제가 된다.
그렇다 보니 업계에선 단지 경쟁사 견제 차원에서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했을 뿐이라는 신세계의 설명이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철회 배경에 박 회장과 정 부회장 사이에 특별한 논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터미널이 소유한 광주신세계백화점 부지에 대한 보장 약속 등이 있지 않았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세계가 인수전에서 발을 빼면서 박 회장은 한숨 돌리게 됐다. 당초 대기업인 신세계가 인수전에 뛰어들자 과열 양상을 띠면서 매각가가 1조원대를 훨씬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만큼 박 회장이 자금을 끌어 모아 승자가 되더라도‘내상’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신세계와 롯데 등 대기업이 인수전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는 부담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라며 “누차 강조했듯 어떤 경우라도 금호산업을 되찾아 오겠다는 의지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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