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경기서 승리 없이 9연패에도 야수들 좋아지고 있다며 칭찬 일색
KIA와 넥센의 평가전이 열린 27일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 경기 전 마흔 여섯 동갑내기‘절친’인 김기태 KIA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이 감독실에서 무릎을 맞댔다. 김 감독이 LG 사령탑 시절 ‘엘넥라시코’(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라이벌전을 빗댄 말)로 불리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둘은 김 감독이 KIA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이후 오키나와에서 이틀 전 처음 맞붙어 난타전 끝에 넥센이 12-10으로 승리했다. 이 날도 KIA는 2회말까지 5-0으로 앞서 가다 11-16으로 역전패, 연습경기에서 1승도 건지지 못하고 9연패에 빠졌다.
올 시즌 최약체로 꼽히는 KIA는 ‘예상대로’ 오키나와리그에서 연전연패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9연패 후 “한번도 상승세를 타지 못한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면서 “야수들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KIA는 아직까지 정예 멤버를 제대로 출전시킨 적이 없는 점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연패가 기분 좋을 리 없지만 김 감독이 경기 내용만 보고 평가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김 감독의 ‘칭찬’처럼 최근엔 승패와 상관없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날도 KIA는 6-13으로 패색이 짙은 7회 대거 4점을 추격하는 끈끈한 야구를 보여줬다. 25일 넥센전에선 4번 타자로 나간 이종환(29)이 20승 투수 앤디 밴헤켄(36ㆍ넥센)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쏘아 올렸고, 이날도 9회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5번 타자로 중용된 김다원(30)은 1회초 금민철(29ㆍ넥센)을 선제 3점포로 두들겼다. 나지완(30)-이범호(34)-브렛 필(31)에게만 의존했던 중심타선의 저변이 확대된 모양새다.
몰락한 명가 재건의 중책을 부여 받아 고향 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지난해 11월 28월 부임한 이후 마무리훈련과 전지훈련을 거치며 팀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형님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소통의 야구로 LG를 일으킨 김 감독은 KIA에서도 한때 야구를 포기하다시피 했던 최희섭(36)이 다시 방망이를 잡도록 이끌었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는 최희섭이다. 지금까지는 누구보다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삼성과 경기를 끝으로 연습경기 일정을 모두 마치고 4일 귀국하는 김 감독은 “처음에 팀을 맡았을 때는 막막했는데 신진급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눈에 띈 캠프였다”면서 “특히 체력적으로 좋아졌고, 수비가 많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캠프에서 연패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라면서 “지금은 실패하더라도 예정된 멤버로 가겠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자원이 부족한 투수 쪽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시범경기 때까지 계속 실험하면서 옥석을 가리겠다”고 밝혔다.
오키나와=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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