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만가구, 12년 만에 최대… 내달 예정 5만8000가구가 시금석
중소 건설사는 브랜드 알리기 이벤트, 주부 마케팅단 운영해 인맥 홍보
대형사는 청소기·밥솥·상품권 등 선물 공세로 고객 선점 나서
건설업계의 뜨거운 분양 전쟁이 시작됐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34만여가구의 신규 아파파가 공급되며 12년 만에 가장 큰 장이 서는 해. 특히 청약제도 개편과 맞물려 한달 5만8,000여가구의 분양이 몰리는 3월은 올해 건설사 분양대전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 어느 때보다 건설사들의 마케팅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마치 건설 경기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의 모습이 재연되는 듯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격적인 분양 마케팅에 나서는 곳은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소 건설사들이다. 제주 서귀포시에 ‘해동 그린앤골드’(288가구)를 내달 중 공급하는 해동건설은 통 큰 경품으로 고객 이벤트를 진행한다. 견본주택 방문객에게 추첨으로 양문형 냉장고 등 고가의 가전제품을 내놓고 있다. 강원 원주혁신도시에서 ‘모아엘가에듀퍼스트’(418가구)를 분양하는 모아주택산업 역시 32인치 TV, 공기 청정기 등을 고객 이벤트 상품으로 내세웠다. “분양 실패로 낭패를 보는 것보다는 비용을 들여서라도 초기 분양률을 높이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는 게 중소 건설사들의 판단이다.
브랜드 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대형 건설사 역시 모처럼 맞은 큰 장을 앞두고 마케팅 경쟁에 속속 합류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서울 강북권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가운데 뛰어난 입지로 주목을 받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왕십리뉴타운 3구역 센트라스’(2,789가구)는 홈페이지에 관심고객만으로 등록을 하면 로봇청소기, 압력밥솥을 받을 기회를 준다. 인천 청라지구에 ‘청라파크자이 더테라스’(646가구)를 내놓는 GS건설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형할인점과 등산로에서 태극기를 나눠주고 매주 금요일마다 홈페이지 등록 고객 100명에게 스타벅스 무료 상품권을 안겨주고 있다.
인맥을 활용한 마케팅도 눈에 띈다. 세종시를 비롯해 전라, 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분양을 이어온 중견사인 중흥건설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광교(2,300가구)와 동탄2신도시(1,500가구) 등 수도권에서 대형사들과 경쟁을 벌일 예정. 이 회사는 경품 마케팅 대신 주부 마케팅단을 꾸려 인맥 홍보에 나서고 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주부들로 구성된 마케팅단을 꾸려 이들의 인맥을 이용해 견본주택으로 잠재고객을 끌어들이는 선별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나 음반 제작사들이 영화 개봉이나 음반 출시 시기를 두고 예민하게 반응하듯, 건설사들의 분양 시기를 둘러싼 신경전도 치열하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중견사가 최근 분양경쟁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분양 타이밍을 잘 잡는 이른바 시간 마케팅이 적절하다”며 “3월 분양 물량이 몰린다는 분위기를 익히 알고 시흥 배곧신도시, 동탄2신도시 등 공급을 2월에 모두 마쳤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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