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경일인 3ㆍ1절이 개학식 전날인 탓에 “학생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교육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방학 중에 있는 국경일이나 국가기념일의 경우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강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7일 교육부와 시ㆍ도교육청 교육과정 편성 운영지침에 따르면 학교에서는 국경일과 국가기념일 또는 교육과정에 포함되지 않은 사회 현안에 대해 ‘계기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6월 25일이 되면 지도교사가 학생들에게 ‘오늘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날’임을 상기시키고, 다양한 교육자료를 활용해 역사적 의의를 설명하는 식이다. 생소한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기념일이 방학 기간에 속하면 계기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3ㆍ1절이나 광복절은 항상 방학 중에 맞게 돼 학생들이 학교에서 계기교육을 받을 기회가 전무하다. 가정의 달인 5월과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교내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리는 것과 대비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계기교육을 반드시 기념일 당일에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ㆍ1절의 경우 개학식이 있는 그 다음날 실시하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 3ㆍ1절 계기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개학식 날에는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를 소개하고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갑자기 3ㆍ1절 계기교육을 하는 것은 흐름상 어색하다”고 말했다.
물론 3ㆍ1절을 비롯한 주요 기념일들은 사회교과에서 다루기 때문에 학습 기회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기념일 당일이나 전후로 계기교육을 할 때에 비해 학생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판단이다. 8년 차 초등학교 교사 조모(32ㆍ여)씨는 “기념일 당일에 교육을 하게 되면 아이들의 무의식 속에 내용이 각인돼 성장해서도 관심을 갖고 기념일을 기릴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학교에서 불가능한 계기교육은 가정에서 학부모의 지도로 보완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으로 꼽힌다. 독립기념관이 위치한 충남 천안의 경우 지역사회와 함께 3ㆍ1절 당일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개최, 방학 중인 학생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있어 모범 사례로 꼽힌다. 나일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부모가 솔선수범해 태극기를 달고 다양한 현장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이 스마트폰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 기반의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원격 교육을 하는 것도 대안으로 지적된다.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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