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대사·국정원장 이어 靑비서실장…믿을만한 인물없다는 방증
인재풀 부족따른 '회전문 인사'…유승민 "조금 유감, 의견반영안돼"
문건정국 후 누적된 위기감·3년차 새출발 절박감 반영 해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자신의 최측근 인사로 '정치적 멘토' 역할을 해온 이병기 국정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내정함으로써 올초부터 진행돼온 여권 진용 개편을 마침내 마무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 조직개편과 비서실장 교체를 시사한 뒤 이완구 국무총리 발탁과 청와대 조직개편, 4개 부처 개각 등에 이어 46일 만에 '마지막 퍼즐'인 비서실장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내정자 발탁은 파격 그 자체다. 일단 현직 정보기관의 수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인사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출범 이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초대 주일대사, 국정원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무거운' 자리에 연이어 동일인물을 기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김기춘 전임 비서실장 사퇴수용 이후 후임 물망에 올랐던 최대 15명 안팎의 잠재적 후보군에 한번도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다가 발탁된 점도 놀라움을 더해줬다.
이 신임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에 기용된 지 불과 7개월 밖에 되지 않은데다 후임 국정원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라는 문턱을 넘어야 하는 부담을 감안할 때 '이병기 카드'를 후임 비서실장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이런 여러가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이병기 원장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낙점한 이유는 그만큼 주변에 믿고 맡길 인물이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이병기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정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실제 이 비서실장은 이명박 전임 정부 말기부터 경색국면으로 접어든 한일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카드로 주일대사에, 대선 댓글 개입의혹과 NLL(북방한계선) 파문 등으로 위기에 빠진 국정원 개혁을 위한 소방수격으로 국정원에 투입된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집권 3년차를 전후해 터진 문건파문,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최대위기에 봉착한 청와대를 '재건'하기 위해 이병기 실장의 기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는 그동안 거론된 후보군은 친박 원로·중진이거나 경제통 또는 호남출신 화합형 인사였으나 '인적쇄신' 요구에 부합하지 않았고, 결국 인물난에 봉착한 끝에 하는 수 없이 '이병기 카드'를 최종 선택했다는 대안부재론도 제기된다.
이 내정자는 2007년 대선 때부터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무적 조언을 해온 친박계 원로그룹 가운데 한 명으로, 평소 언행이나 처신이 튀지 않고 신중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권 내에선 이 내정자가 박 대통령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진언'을 할 수 있고, 당청관계와 대야관계 등 정무적 사안에서 폭넓게 조언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이 내정자는 과거 대통령 의전수석비서관, 외교부 본부대사를 지냈고, 현정부 들어 주일대사를 역임했던 만큼 집권 3년차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등 외교·안보 사항에 대해서도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비서실장 인선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현 정부의 좁은 인사풀과 측근인사 돌려막기는 향후 국정운영 과정에서 계속해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정원장 한 지 얼마 안 된 분이 가서 그 부분은 조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특히 "음지에서 일하는 정보기관의 수장을 국정운영의 중심인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잘못된 인사"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비판처럼 현직 국정원장을 대통령 비서실의 수장으로 발탁한 것은 정권 3년차를 맞아 소통보다는 친정체제 강화에 더욱 힘을 쏟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전망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정무특보에 핵심 친박계 인사들 위주로 내정한 것을 놓고는 당내 일각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