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만 하자고 했던 게 여기까지 왔다.” 프로배구 한국전력 신영철(51) 감독의 올 시즌 레파토리다.
시즌 시작 전 언론과 상견례 자리인 미디어데이 행사때만 해도 신 감독은 지난 시즌 4위를 차지한 강만수 우리카드 감독의 자리를 탐내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한전이 ‘거함’ 삼성화재를 꺾었을 때만 해도 스쳐가는‘이변’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하지만 신 감독의 한국전력은 올 시즌 완전히 새 판을 짰다. 신 감독은 27일 기자와 통화에서“리베로, 세터, 용병의 얼굴이 바뀌었다. 주전 선수 50%를 바꾼 셈”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판단과 날쌘 몸놀림의 신인 리베로 오재성(23)에게 코트 후미를 맡겼고, LIG손해보험에서 사실상 방출된 세터 권준형(26)이 코트를 지휘하도록 했다. 부상으로 지친 외국인 선수 미타르 쥬리치(26ㆍ그리스)를 다독이며 끌고 온 것도 신 감독의 몫이었다.
새 판의 퍼즐들이 맞아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목표가 상향 조정되기 시작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 맡아준 역할들을 잘 소화해 내기 시작하면서 승률이 높아졌다. 권준형의 속공 토스가 좋아지면서 센터들의 속공 기록도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시즌 전만 해도 대한항공전 반타작만 해보자는 나름의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3전3승을 해냈지 않았나”라며 웃었다. 상대 전적이 10승58패로 절대열세를 면치 못했던 현대캐피탈에는 5번 맞붙어 4번을 이겼다.
새 판을 짠 만큼 스스로에 대한 분석도 철저히 했다. 신 감독은“상대팀 뿐만 아니라 우리 팀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팀의 단점을 줄이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한전은 확실히 조직력에서만큼은 구멍이 보이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감독은 지난해 말 터진 임대 트레이드 파문에 대해서도 “감독으로서 소신을 지켰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팀 바깥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는 몰라도 감독은 늘 팀에 보탬이 되는 방향만 생각한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감독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제 한전은 창단 이래 두 번째 ‘봄 배구’를 향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신 감독은 이제 당당히 “한전의 목표는 우승”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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