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없고 혈액 접촉으로 감염
증상 못 느껴 만성화 위험 커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넣어
보건당국 '관리사각' 벗어나야
C형 간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환자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가건강검진 항목에도 넣지 않는 등 방치되고 있다.
C형 간염은 A형이나 B형 간염보다 덜 알려져 있는데, 눈썹과 아이라인 등 ‘반영구 화장’을 하는 여성이나 귀를 뚫는 피어싱ㆍ문신을 하는 사람이 주로 감염된다. C형 간염 환자의 대다수는 건강검진을 통해 감염 사실을 알게 되고, 진단했을 때에는 이미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 등 만성화가 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대한간학회가 2003년 일반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본인의 C형 간염 검사 여부를 알지 못하거나 C형 간염 진단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보건당국은 B형 간염의 경우 전수 조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지만 C형 간염은 건강검진에 빼놓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70%가 아무 이상 느끼지 못해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C형 간염 환자 가운데 80% 이상이 만성 간염을 앓고 있다. 국내 간암의 20%는 C형 간염이 원인일 정도다. 하지만 C형 간염 환자 가운데 70%는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A형이나 B형과 달리 C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없고, 대부분 혈액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혈액투석 등 수혈, 소독되지 않은 바늘, 피어싱 등을 통해 전염된다. 심지어 불법클리닉에서 급성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 주사를 반복적으로 맞다가 감염되기도 한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고 진행이 느려 증상을 느끼지 못해 한번 전염되면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에서 간경변ㆍ간암으로 악화할 위험성이 80~90%나 된다.
안상훈 대한간학회 홍보이사(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 간염은 자발적인 검진이 중요한 질환이지만 검진율이 낮다”며 “하지만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한 만큼 검진이 통한 예방이 절실하다”고 했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와 HCV RNA 검사 등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C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주사제(페그인터페론)와 먹는 약(리바비린)을 6개월~1년 정도 같이 맞고 먹으면 유전자 1형의 경우 50~60%, 유전자 2형은 70~80% 정도 완치된다. 안 홍보이사는 “C형 간염을 빨리 진단 받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환자의 4분의 3 정도가 완치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부작용을 크게 줄이고 치료율을 높인 먹는 약이 속속 개발됐다. 다클라타스비르ㆍ아수나프레비어(BMS)를 비롯, 소발디ㆍ하보니(길리어드), 비키라팩(애브비), 올리시오(얀센), 빅트렐리스(MSD) 등이다.
방치되고 있는 C형 간염 환자
그렇지만 보건당국은 C형 간염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등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연도별 C형 간염 환자 추이에 따르면, C형 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8년 4만683년 ▦2009년 4만2,365명 ▦2010년 4만1,525명 ▦2011년 4만3,879명 ▦2012년 4만5,890명 등이었다. 이를 국내 총인구를 5,000만 명으로 잡았을 때 대한간학회 등에서 추정하는 환자 유병률 1%(50만 명)의 10% 정도만 치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90%는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방치되는 90%의 C형 간염 환자들을 치료에 나서도록 하려면 전국민 국가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넣어야 한다. 한광협 대한간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은 “C형 간염은 HCV RNA 검사를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질병”이라며 “생애전환기 검사 등에서 일생에 한 번은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C형 간염의 감염 현황을 조사하고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표본감시기관(의료기관)’ 참여율이 30%가 채 되지 않아 보건당국이 상당수 기관을 아예 ‘지정 취소’했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643개였던 C형 간염 표본감시기관 수가 2010년 1,024개로 늘었지만, 2011년 167개로 급감했다. 이후 2012년 170개, 2013년 164개를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복지부가 C형 간염을 신고하는 표본감시기관의 참여율이 저조하자 아예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감시기관의 신고 참여율은 30% 미만(2013년 기준)으로 이마저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통계상으로는 C형 간염 환자가 최근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복지부가 신고 참여율이 저조한 감시기관을 아예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라며 “보건당국이 C형 간염 관리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C형 간염에 대한 국민의식이 낮은데다 보건당국이 정확한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 일본 등처럼 C형 간염 검진을 국민건강검진 검사항목에 포함하고 재치료에 대한 보험적용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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