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펜 지음ㆍ박영준 옮김
책읽는수요일 발행ㆍ296쪽ㆍ1만3,000원
‘이것은 모두 자전거 이야기입니다(It’s All About the Bike)’ 이 책의 원제다. 암을 극복하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일곱 번째 우승한 이야기를 쓴 랜스 암스트롱의 회고록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It’s Not About the Bike)’를 살짝 비틀었다.
자전거 애호가를 넘어 오타쿠 수준의 애착을 지닌 저자 로버트 펜은 책의 서두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자전거를 갖고 싶다고. “나만의 자전거를 원한다”고. 저자가 자신만의 ‘꿈의 자전거’를 완성하는 과정을 쓸 것이란 예고다.
책은 맞춤 자전거 제작을 위해 펜이 선수 출신의 수제 자전거 제작자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전거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체 뭔 소린가 싶을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말 온통 자전거 이야기뿐이다. 요즘 자전거 업계가 가벼운 자전거를 생산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느니, 지난 70년간 도로용 자전거의 이상적인 헤드 튜브 각도는 73도였다느니, 자전거의 조향과 핸들 작용의 특성이 트레일이라고 불리는 수치에 의해 결정된다느니….
자전거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미국 포틀랜드와 캘리포니아 마린 카운티, 이탈리아, 독일 등을 누비는 동안 저자는 자전거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재미나게 엮어낸다. 그의 지독한 자전거 사랑은 부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뿐만 아니라 자전거의 역사와 미학, 가치에 관한 이야기들에서 쉽게 파악된다. 저자에 따르면 라이트 형제는 자전거에서 착안한 스프로켓과 체인을 통해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방식을 사용한 라이트 플라이어를 만들었다. 자전거가 있었기에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가 나올 수 있었다는 얘기다.
펜의 자전거 예찬은 곧 장인정신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그는 “우리는 모든 물건의 품질이 상자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나빠지지 시작하는 반 유토피아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3,500파운드(약 600만원)를 들여 자신의 집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을 만들어 놓고 그는 행복에 푹 젖는다. 자전거 덕에 마음 속 수많은 고민거리들이 사라졌다니 그 정도면 헐값의 사치가 아닐까 싶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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