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의료기관 50곳으로 늘려, 원양어선 군부대 교도소까지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의원급 의료기관과 보건소를 중심으로 시행중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군부대, 원양선박, 교도소와 구치소 등 교정기관과 해외에 진출한 국내 의료기관 등으로 대폭 확대한다. 그러나 의료관계자들과 시민단체는 원격의료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고, 1차 시범사업도 원격 의료 장비가 뒤늦게 지급되는 등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6개 부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을 기존 18곳에서 50곳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원격협진 활성화 및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산 계획’을 마련해 3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18개 의료기관에서 원격진료에 동의한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중인 원격 모니터링과 진료를 50개 의료기관의 환자 1,800여명으로 확대하고, 서비스 모델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예산도 지난해 13억원에서 올해 91억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당장 4월부터는 위성통신을 이용해 원양어선 선원들에게 원격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선박에 심전도계, 소변분석기, 혈압계 등 검사장비와 전자 청진기 등을 설치하고, 선원들이 화상과 전화를 통해 육지의 원격진료센터로부터 진료를 받는 방식이다.
7월부터는 전방초소(GP) 2곳에서 실시중인 군부대 원격 의료 시범사업을 전후방부대 40곳으로 늘릴 방침이다. 환자가 발생한 부대에서 국군의무사령부에 전화로 원격진료를 요청하면 군의관이 화상 PC로 연결해 환자를 진료하는 방식이다. 9월부터는 장병들이 부대 내에 설치된 건강관리부스에서 혈압과 체성분을 측정해 전송하면 국군의무사령부가 분석해 장병들의 건강관리를 도와주는 서비스도 10개 부대에서 시행한다.
춘천성심병원(강원), 안동병원(경북), 의정부 성모병원(경기), 가천길병원(인천), 한라병원(제주), 전남대병원(광주), 목포한국병원(전남) 등 7개 거점 병원과 40~50곳의 농어촌 취약지 병원들도 원격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한다. 아울러 원격진료를 시행중인 교정시설도 현재 27개에서 하반기 29개로 늘릴 예정이다.
그러나 1차 시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을 대폭 늘려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실에 따르면 첫 사업지로 선정돼 원격의료를 시범 실시한 경북 영양군의 경우 이달 23일에야 노인들에게 건강정보를 전송할 스마트폰이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자기 집에서 혈압, 혈당을 재면 정보가 자동 인식되어 의료기관으로 전송되는데 기기 전달이 늦은 것은 물론 사용 교육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료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원격진료의 실효성이나 오진 발생에 대한 보완책이 미흡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마음만 먹으면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악용할 수도 있고, 데이터 전송에 오류가 발생하면 처방 자체가 잘못될 수도 있다”며 “원격의료기기가 해킹될 경우 정보유출 위험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도 “원격의료 자료는 통신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보가 집적될 수밖에 없는데 사기업에 데이터가 쌓이는 건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소지가 있고, 얼마 전 문제가 된 불법 개인정보 거래 등이 발생할 경우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진행하는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우리는 너무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절실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닌 보건소 의료진의 방문 진료 같은 공공의료”라며 “정부가 의료 서비스 개선을 위한 다른 방법은 고려하지 않은 채 원격의료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