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낮은 직장인도 연말정산 추징"

추징액 많은 직장인들 볼멘소리 속 일부선 "심각하지 않아" 안도와 한숨

고액 연봉자일수록 세금 늘었지만 연봉 5500만원 이하 환급 줄어

연말정산 결과가 반영된 2월 월급이 지급되면서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우려와 달리 예년보다 환급액이 늘어났거나 감소폭이 크지 않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적지는 않다. 하지만 ‘13월의 세금폭탄’이 될 거라는 연말정산 파동을 겪은 만큼 작년보다 많은 돈을 토해내는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아우성이 터져 나온다.

26일 한국일보가 5개 기업에 의뢰해 올해 연말정산 결과를 분석해보니 대체로 직원들의 연봉 수준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늘어났지만,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 일부도 환급액이 줄어들거나 추징을 당한데다 개별기업의 특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면서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평균 연봉 7,000만원 가량인 A금융회사의 작년(2013년분)과 올해(2014년분) 연말정산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임원을 제외한 205명의 직원 중 세금을 환급 받은 직원은 3분의 1에 못 미치는 71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34명의 직원은 세금을 추징당했다. 지난해에는 117명이 환급 받고, 91명이 추징을 당한 것과 비교하면 상황이 정반대로 역전된 것이다. 1인당 평균 환급금액은 지난해 96만7,000원에서 올해 77만4,000원으로 줄어든 반면, 1인당 추징금액은 57만5,000원에서 111만2,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1인당 평균 29만2,375원을 환급 받았던 A금융회사는 올해 45만8,800원을 토해냈다. 올해 연말정산에서 작년에 비해 1인당 평균 75만원 가량 더 부담을 하게 된 셈이다. 세금을 200만원 넘게 추징당했다는 한 직원은 “세금 폭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며 “설 상여금을 고스란히 토해냈다”고 했다.

B유통업체(직원 평균 연봉 4,400만원)와 C식품업체(4,500만원)의 경우 직원 급여 수준이 비슷했지만, 연말정산 결과는 달랐다. 대기업 계열사인 B사의 경우 세금을 추징 당한 직원(772명)이 환급 받는 직원(966명)과 거의 맞먹었다. 작년과 비교를 해도 추징 인원이 100명 넘게 늘었고, 1인당 평균 추징금액도 37만여원에서 63만여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직원 평균으로 볼 때 지난해에는 1인당 평균 13만290원을 환급 받았던 반면, 올해는 7만1,519원을 토해내게 됐다. 환급과 추징을 가른 건 역시 연봉 수준이었다. 환급 직원의 평균 연봉은 3,555만원인 반면, 추징 직원은 5,676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반면 C식품업체는 지난해보다 소폭이지만 전체직원의 1인당 평균 환급액(20만8,000원→21만3,891원)이 오히려 늘었다. 특히 환급을 받은 직원(541명)이 추징 당한 직원(232명)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 환급을 받은 인원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평균 환급액은 5만원 남짓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봉 5,500만원 이하에서도 추징을 당한 직원들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대체로 보면 연봉 4,900만원이 넘는 직원들이 세금을 토해냈다”고 말했다.

연봉 수준에 더해 기업들이 처한 개별적인 사정도 올해 연말정산의 희비를 가른 요인이었다. 평균 연봉 5,300만원의 D소재기업은 작년 말 세금을 많이 뗀 뒤 연말 상여금을 지급한 덕분에 이번 연말정산에서 세금을 추징당한 직원이 전체 사무직 직원(402명)의 10분의 1 수준(37명)에 그쳤다. E모바일업체는 연봉이 높은 대표와 이사 등 임원 2명만 세금을 토해냈고, 직원 100여명(평균 연봉 4,000만원)은 40만~120만원을 돌려받았다.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결과의 미세한 변화에도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부가 세금이 늘어나지 않을 거라고 공언했던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개별 사정과 무관하게 세금 증가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납세자연맹 홈페이지 등에는 “연봉 4,000만원 중후반으로 전년처럼 지출을 했는데 환급액이 80만원에서 21만원으로 줄었다”(이모씨)는 등의 사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