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간통죄 폐지는 이미 대세
26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08년 “간통죄는 우리 민족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法禁)’에서부터 존재했을 것”이라는 헌재의 간통죄 합헌 결정문대로라면 무려 4,300여년 만에 법이 폐지되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서는 간통죄가 이미 오래 전에 없어졌거나 존치해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유럽 국가들은 20세기 들어 간통죄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1930년 덴마크를 시작으로 스웨덴(1937) 독일(1969) 프랑스(1975) 스페인(1978) 스위스(1989) 오스트리아(1996) 등이 간통 행위를 형사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는 간통죄를 폐지한 이후 배우자가 있는데도 결혼하는 중혼에 한해 구금형 1년과 벌금 4만5,000유로(5,600여만원)를 물도록 했다.
미국 역시 1950년대까지 거의 모든 주에서 간통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 있었으나 점차 폐지돼 현재는 10여개 주에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주요 주는 간통을 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간통죄를 유지하는 주도 실제 처벌하는 사례가 드물어 사문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법률협회가 1962년 형법을 개선하려고 펴낸 모범형법전 역시 간통죄 폐지를 권고하는 내용을 담아 간통 행위에 대해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여성에 대해서만 간통죄 처벌을 해왔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헌법에 남녀평등조항을 두면서 간통죄를 1947년에 폐지했다. 중국은 간통에 대해 징역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중형으로 다스리나 현역 군인의 배우자와 간통하고 협박 수단을 동원한 경우로 처벌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북한은 간통 처벌 규정이 따로 없지만 중혼이나 타인의 가정을 파탄시키면 처벌한다. 최근에는 ‘음탕한 행위죄’ 조항을 신설해 반사회적 일탈행위에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반면 이슬람 국가들은 여전히 간통을 중범죄로 여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간통을 하면 사형에 처할 수 있으며 예멘은 사형에 더해 간통 상대방과 내연관계에 있는 이를 살해해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처벌할 뿐이다.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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