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소송 중 4년 기다린 대법, 주문 낭독에 10초도 채 안 걸려
승무원들 망연자실 "할 말 없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자회사에서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이 소송 7년 만에 패소 취지의 판결을 받아 코레일로의 복직이 어렵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오모(36)씨 등 KTX 여승무원 34명이 “계열사로의 이적을 거부한 이유로 당한 해고는 부당하다”며 코레일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오씨 등은 KTX가 개통된 2004년 당시 철도청이 승객서비스 업무를 위탁한 ‘홍익회’(퇴직 승무원 지원 유관단체) 소속으로 1년 계약직에 채용돼 승무복을 입었다. 1~2년 내 정규직화 해준다는 철도청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승무원 업무가 자회사인 철도유통(현 코레일유통)으로 넘어가면서 비정규직으로 고용이 승계됐다. 이후 이들은 2006년 또 다른 계열사인 KTX관광레저로 옮기라는 코레일의 제의를 거부하고 직접 고용을 요구하다가 해고를 당했다.
해고를 당한 승무원들은 “코레일과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였고, 철도유통에 대한 코레일의 열차 내 KTX승객서비스업무 위탁은 위장 도급”이라며 소송을 냈다. 자신들을 감독하는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과 업무 영역이 겹쳐 도급 계약이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ㆍ2심은 “철도유통은 사실상 불법파견 사업주로서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해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다”며 “코레일의 해고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었다”고 여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날 “출입문 개폐와 안전제어장치 확인 등 안전 관련 업무를 직접 한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승객 인사와 승차권 확인 등 승객서비스 부분을 맡은 철도유통 소속 KTX 여승무원 업무가 구분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철도유통이 승객 서비스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고용한 승무원을 관리하고,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면서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10초도 채 안 걸린 재판부의 주문 낭독에 복직의 꿈을 품어온 여승무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소송에는 무려 7년이 걸렸고, 대법원 판결만 4년을 기다렸다. 일부 여승무원들은 취재진이 다가가자 “할 말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승하 KTX승무지부장은 “우리들은 코레일이 과거 철도청일 때 나중에 공기업이 되면 직접 고용해주기로 한 약속을 믿고 승무원이 됐다”며 “승무원의 일은 안전과 관련 업무로 절대로 불법 파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은 “열차팀장과 여승무원은 코레일 스케줄대로 같이 움직였는데 이를 독립적 노무관리라고 본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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